지난주에 좀 다쳤어요. 미끄러졌거든요. 욕조 안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다가 쭈르르 미끄러져버렸죠.
(술을 많이 먹긴 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눈 옆이 찢어져서 11 바늘을 꿰맸습니다. 태어나서 어디가 찢어진 것도 처음이고 꿰맨 것도 처음이었어요. 40이란 나이에 말이죠. 불혹. 40세를 가리키는 나이에 처음으로 자빠져 다쳤습니다.
(술을 많이 먹긴 했지만 설마 그것 때문은 아니겠죠.)
불혹은 세상일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누군가 나에게 귀가 솔깃한 말을 해도 후루루 끌려가지 않고 나의 줏대를 꼿꼿하게 지킬 수 있는 나이말이죠. 그런데 불혹이 되어 마음과 생각은 꼿꼿하게 흔들리지 않을지언정 몸은 휘청 해버렸다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반성도 되더라고요.
(술을 많이 먹었다고 설마 꼬르륵 넘어졌을라고요.)
집안 어른들이 명절 때마다 "이번에 넘어져서 또 부러졌다.", "넘어져서 한동안 또 병원신세를 졌어." 등등의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나이가 들면 거동에 조심해야 하는구나 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바로 그 넘어질 나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지난주에 여실히 들더라고요.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나이 탓이 더 클 거라 믿어요.)
부모님께 다쳐서 병원에 다녀왔다고 소식을 알리면서 뭔가 불혹이 덜 된 것 같아 죄송했어요. 운동을 더 많이 해서 두 허벅지를 더욱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도 했고요.
(부모님은 술 탓이라고 하시는데 자꾸 고개가 돌아가는 이유는 뭘까요?)
일주일이 지나고 빨리 꿰맨 실을 뽑을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클렌징 워터로 세수하는 것도 이젠 한계예요. 그리고 앞으로 욕조 안에 들어가서 씻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답니다. 다른 분들도 부디 조심하시길 기도할게요. 넘어질 나이가 되면 두 발아래 뭐가 있든 무조건 조심해야 해요.
(술을 줄어야겠다는 생각도... 음... 같이 하실래요?)
아무튼 크게 깨달은 3월이 시작되려 합니다. 사이다를 마셔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