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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접영 배우기 딱 좋은 나이네

by 레드카피

전 수영을 어릴 때 배웠어요. 10살 때쯤 배웠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 접영만 배우질 못했어요. 자유형, 배영, 평영은 다 배웠는데 접영만 못 배웠죠. 아마 제가 힘들다고 엄마한테 그만한다고 했겠죠?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그런데 그게 이 나이가 되도록 계속 찌꺼기처럼 남아있더라고요. 접영. 하고 싶다. 접영. 할 수 있을까? 접영. 배우고 싶다. 접영.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한 달 전! 온갖 핑계와 질문들을 뒤로하고 마침내 수영장에 입성했어요.


접영 외에 다른 영법들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자신만만했어요. 30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배운 영법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한 달간 틀어진 자세를 바로 잡고 드디어 접영을 배울 순간이 왔을 때!

와... 물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어요. 다리가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허리 가슴은 박자를 못 맞춰 개헤엄 마냥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시범을 보이는 선생님은 "아이고 왜 이렇게 못해!"라며 킥킥 웃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아주셨지만 여전히 저는 허우적거릴 뿐이더라고요.

순간 아... 그냥 4가지 영법 중에 3가지 하는 걸로 만족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런데 같은 수영장에서 처음 수영을 배우고 있는 첫째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수영 어려워."

그때 교과서 같은 대답을 아이에게 해주면서 스스로도 아차 했어요. 무슨 대답이었냐면.


"그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성취감이 장난 아니야~ 엄마는 네가 그 느낌을 꼭 가졌으면 좋겠어."


그 순간, 뻔한 대답이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뭔가 쿵- 하는 게 있었습니다. 그래. 나도 접영을 해내면 오랜만에 성취감이란 걸 가질 수 있겠구나.


사실 육아에 전념하다 보면 성취감이란 걸 가지기가 참 어려워요. 회사처럼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자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기분. 이겨냄과 성취에서 오는 뿌듯함. 가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을 갔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잡혔어요. 정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답니다. 뻣뻣해진 몸뚱이인 줄 알았는데 나도 아직 죽지 않았네 살아있네 하고 속으로 혼자 얼마나 웃었던지.


딸아이에게 말한 대로 어려운 순간을 넘기니까 수영이 다시 너무도 즐거워졌어요. 이제 다음에는 팔 돌리기예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이 40은 뭔가를 배우기에 너무도 화창한 나이인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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