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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친구의 엄마, 의 선은 어디인가

직장상사보다 어렵다는 바로 그...!

by 레드카피

참 어려워요. '내 자식의 친구의 부모'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말이죠.


너무 가까워도 이상하고 너무 멀어도 어색한 관계. 내 친구가 아닌데 내 친구처럼 함께 놀러 다니는 관계. 공통점은 오직 '아이'라는 것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 그 아이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세상 어색해지는 관계. 내 자식의 친구의 부모들의 관계예요. 어색하지 않으면서 상처받지도 않는 적정 선이 있어야 안전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선이 참... 애매모호합니다.


회사 동료들 사이의 선은 대체로 명확하죠. 정말 의견이 맞고 친한 사람들끼리는 사적인 스토리를 공유해요. 그리고 이견이 있는 그룹에는 굳이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 경우도 많고요. 회사 일이 곧 이슈이고 거의 전부이니까요. 그리고 회사에는 나름의 끈끈한 공감대도 있어요. 거지 같은 상사랄지 발싸개 같은 월급봉투랄지 하는 것들이요.


그런데 이 엄마들의 커뮤니티라는 건 참 애매모호해요. 적정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어려워요. 운이 좋아서 정말 가치관이 맞고 아이들도 함께 친하게 되면 딱 좋은데... 그렇게 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내 아이는 A와 친해요. 함께 키카도 가고 싶어 하고 그래요. 그런데 엄마인 나는 B의 엄마와 대화도 통하고 친해요. 그런데 B의 엄마는 A의 엄마가 별로래요. 그러데 B 아이는 또 내 아이랑 안 친해요. 그러면 난 아이를 데리고 누구와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엄마들의 사회관계란 대부분 이런 모양이에요. 엄마들끼리만 친해도 부족하고 아이들끼리만 친해도 어색하죠.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런 거 같아요. 아이들이 크면 굳이 엄마를 끼고 놀지 않으니까요. 자기들끼리 알아서 몰려다니며 놀죠.

하지만 1살 때부터 8살, 9살 때까지 생각보다 꽤 긴 기간이에요. 수많은 부모들을 만나게 되고 세상에 별별 사람 다 있네 하는 경험도 하게 되고요.

또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다고 해도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잖아요. 함부로 할 수 없어요. 설령 철이 덜 들어 보이거나 고쳐주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말이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조심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누군가는 제 눈치를 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고는 딱히 할 얘기가 없을 경우가 많아요. '내'가 주인인 관계가 아니라 '내 아이'가 주인인 관계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굳이 관계 안 만들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몇몇 아빠들 :) 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들어보세요. 내 아이의 입에서

"엄마, 나는 왜 친구 집에 안 초대해? 친구 집에 안 놀러 가?"

"엄마, 나도 친구들이랑 OOO 가고 싶어."

이런 말이 100%, 1000%, 나오거든요. 그런 말 듣고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눈에 불을 켜고 누군가를 찾게 되죠.


첫째를 1학년에 보내고 둘째도 유치원 큰 형님이 된 지금까지 저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핸드폰에는 수많은 엄마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는데 이 연락처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내 아이'가 주인이 되는 관계. 적정선을 내 아이 주변에 그어야 하는 건지 내 주변에 그어야 하는 건지. 또 그 경계는 어느 정도나 가깝고 또 멀어야 하는 건지. 수년째 경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네요.


이런 생각을 하며 또 놀이터로 나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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