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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험한 말을 받아들일 준비

엄마는 그날이 언제일지 몰라서 더 긴장돼

by 레드카피

먼저 연재가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3월은 너무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네요. 첫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거든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괜스레 긴장이 되는 나날이었습니다. 40분 수업동안 내가 앉아있는 것 마냥 걱정이 되었고, 급식맛은 어떨는지 마라탕집 앞 여고생처럼 궁금증이 밀려 올라왔어요.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고 어느새 한 달. 시끄럽게 달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자 이제야 일기를 써야 한다는 본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마음이 편해지자 새로운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요. 바로 언젠가 찾아올 내 아이의 변화에 대한 준비랍니다. 바로 누구나 겪는 사춘기 말이죠.


에이~ 뭘 벌써부터 그래요. 아직 몇 년이나 남았는데.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일 년 이년이 얼마나 쏜살같이 흘러가는지를요. 눈 깜짝하고 나니 아이는 걷고 있고 또 눈 깜짝하고 나니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죠. 그리고 아마 눈 깜짝하고 나면 사랑스런 모습은 사라지고 웬 녹색 외계인이 한 집에 누워있겠죠. 입이 떡 막히는 험한 말을 해대면서요.


오늘 그런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지인의 지인의 지인 에피소드 같은 건데요. 너무도 천사 같고 사랑스럽던 딸이 사춘기가 오면서 엄마 목소리도 소름 끼치게 싫으니까 말하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충격은 처음이었다고 해요. 이건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수준이 아닌 거죠. 사실 전 그 심정이 상상도 안 돼요.


그래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어요. 내 딸이 나에게 엄마 쳐다보지 마 말하지 마 이런 등등의 날카로운 행동을 보여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조근조근 참새처럼 재잘거리던 너의 입이 꽉 닫혀버릴 그 어느 날 느닷없고 낯선 고요함을 나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내 품 안에 있던, 작고 따뜻했던 너를 그리워해야 하나 아니면 저 멀리 날아가려고 파닥거리는 서늘한 너의 날갯짓을 받아들여야 하나.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마음이 두렵고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유난을 떨며 사춘기를 보내진 않죠. 제 아이들도 어찌 될지 그날이 오기 전에는 절대 모를 일이고요.


마침 오늘 아침에 어린 제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사춘기가 뭐야?"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어요.

"네 전두엽이 자라느라 정신 없어지고 네 몸이 자라느라 호르몬이 난리를 치는 거야.":

엄마 뭔 소리야 하는 딸의 표정을 보며 또 한 번 결심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하자. 사춘기는 전두엽과 호르몬의 난립일 뿐이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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