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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가라사대 “난, 42살 라떼냥 오빠야!”

by 레드카피

아이들과 놀 때 가장 힘든 놀이는 뭘까요? 달리기? 업어치기 메치기?

생각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어려워하는 게 바로 인형놀이랍니다.


그 옛날 쭈쭈바 먹던 시절, 나도 한 인형놀이 했던 거 같은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나만의 세상에 폭 빠져서 양손에 인형을 들고 왕자 공주의 러브 스토리를 햄릿 마냥 읊었던 거 같은데... 왜 지금은 어려울까? 하는 한숨이 나와요.


제 아이들 역시 인형놀이를 좋아해요. 요즘 핫한 위시캣 피규어들과 카봇들이 대거 등장하는 인형놀이죠. 앙증맞은 고양이들이 늠름한 카봇을 타고 놀이공원으로, 동물원으로 놀러를 다닙니다. 카봇이 아프면 티니핑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도 해주죠. 두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 채 이곳저곳을 고공비행 하는 동안, 저요?

저는 까치발만 세우고 우왕좌왕하는 기분입니다.


어느 날은 둘째 아들내미가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몇 살이야?"

"응. 39살에서 41살이야."

그러자 씩 웃더니 하는 말이,

"그럼 내가 42살 라떼냥 오빠할게! 엄마는 10살 아이냥 해!"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벙 쪄서 아들을 쳐다봤어요. 그런데 그런 거 같아요. 엄마가 하도 못 놀고 멍하니 있으니까 자기가 오빠 하면서 이끌어주겠다는 그런 거요. 세상에. 42살 라떼냥 오빠라니...! 그날 저는 아들내미 손에 들린 라떼냥 피규어를 향해 백 번도 넘게 오빠 소리를 했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니까요. 그 나이 때의 상상력에 미칠 수도 없을 뿐더러 공감하기에는 너무도 진한 현실 속에 파묻혀 있죠. 하지만 그런 어른들을 한방에 뚫어주는 것 역시 아이들인 거 같아요. 수년 만에 오빠를 외치며 진심으로 하하 웃은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아, 42살은 10살 한테 그냥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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