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적 사고

by 이은



집에만 있으면 삼시세끼를 넘치게 챙겨 먹는다. 나 같은 의지박약 인간이 집에서 숙식한다는 것은 다이어트며 식단이며 일절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싶어도 눈을 뜨면 찌개가 끓고 있고, 퇴근 후 집에 오면 고기가 구워져있고 하는 식이다. 주변 1인 가구들에게 이 얘기를 꺼내면 복에 겨웠다고 하니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엄마 눈에 나는 하루 종일 굶고만 다니는 가여운 애 같아 보이나 보다. 문제는 실제로 나는 꽤 잘 챙겨 먹고 다닌다는데 있다.


어느 날에는 엄마가 일본라멘을 개발했다면서 돼지고기 국물에 숙주를 잔뜩 넣은 꽤 그럴듯한 국수를 만들어줬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나는 이미 뭔가를 먹고 왔고, 이것까지 먹으면 살찔 것이 분명했지만 뜨끈한 국물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내가 안 먹겠다고 했음에도 엄마는 이미 면을 삶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작게 냈던 것 같기도 하다.) 살찌는데 어쩌고 하며 젓가락을 드는 내게 엄마는 말했다. “이거 살 하나도 안 찌는 거야. 숙주는 살 안 쪄.” 아니 고기랑 국수가 메인인데, 그 얘기는 왜 쏙 빼는가. 우리 엄마의 화법은 늘 이런 식이다.


음식의 간을 볼 때도 그렇다. 뭘 만들든 본인은 간을 안 보고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먹여보는데, 그 피드백이 반영되는 과정이 의아하다. 좀 짜다고 하면 “밥반찬이라 짭짤해야 돼.”라고 하고, 싱겁다고 하면 “이거 원래 슴슴한 맛에 먹는 거야.”라고 받아친다. 이럴 거면 굳이 왜 방에 있는 나를 소리쳐 불러내 맛을 보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이게 럭키비키 그건가? 원래 밥반찬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짜다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건가 보다.


그런데 엄마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엄마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 딸내미의 결혼이다. 이렇게 엄마 말도 잘 듣고 착한 딸내미가 아직 시집 안 가고 집에 있잖아? 덕분에 부려먹기도 좋고 월세도 받고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게 안 되는 것이다.


불교 수행법 중에 ‘이뭣고’라고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의 경상도 사투리라는데, 인생의 주체인 나 자신을 찾는 수행으로 드는 불교적 화두라고 한다. 설명하면서도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절에 다니는 엄마가 수시로 입에 올리는 말이다. 그런데 엄마의 이뭣고는 방향이 좀 다른 것 같다. 엄마 자신이 아니라, 자식을 향해 있다. 자식의 명예, 안정, 행복, 그러니까 이 모든 걸 위한 당장의 큰 숙제인 결혼이 엄마의 방향이다. 아무리 목 아프게 떠들어도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 오늘도 나는 조용히 외친다. 이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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