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결혼식

by 이은



나에겐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여느 남매들처럼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는 사이였기에 여자친구랑 그렇게 오래 만났는지도 몰랐거니와 그렇게나 오래 만나는 동안 소개 한번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됐다. (먼저 일지 유일하게 일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던 우리 가족은 무엇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채로 결혼식을 맞이했다. 당일 아침, 엄마는 전날부터 안 하던 팩을 두 번 세 번씩 하더니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고, 아빠는 여러 번 들락거리며 맞춘 정장이 당일이 되어서야 기장이 어설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예식장 분장실에 나란히 앉아 받은 헤어 메이크업은 보통의 경우가 그렇듯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았고, 나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해놓고는 구석에서 입술을 지우고 머리를 구겨댔다. (내 입술 색과 아빠의 입술 색이 같았다는 점이 아직도 의문이다.) 결혼식 시작 전 드문드문 오던 손님들은 어느 시점이 되자 휘몰아치듯 몰려왔고, 그림자처럼 서 있는 것 외에 특별한 역할이 없었던 나는 짐꾼, 심부름꾼, 축의금 점검 등 잡일을 맡아했다. 그러다 직원 분이 갑자기 리허설을 해보겠다며 엄마, 아빠, 동생을 데려가더니 그대로 식이 시작됐다. 하마터면 엄마, 아빠의 입장을 놓칠 뻔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얼레벌레 나름 가족의 중대한 일정이었던 동생의 결혼식이 지나갔다.


결혼식 전부터 은근한 걱정이 있었다. 누나보다 먼저 식을 올리는 동생, 아니 동생보다 늦게 식을 올리게 된 누나이기 때문이었다. 걱정대로 나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십수 번 구석에 끌려가 어른들에게 질문 폭격을 맞았다. 올해 나이가 몇이냐, 있냐 없냐, 갈 거냐 말 거냐! 어디서 단체로 질문을 통일해 오신 건지 순서 하나 바뀌지 않고 똑같았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던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그저 반가웠다. 문제는 결혼식이 끝난 이후, 지금이다. 그래도 요만큼의 눈치라는 걸 봤던 엄마인데 요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만 보면 결혼 이야기를 꺼낸다. 늘 그랬듯이 흘려보내면 좋으련만, 요즘의 나는 그런 말 하나하나에 긁히고 있다.


"엄마, 아무리 딸이어도 좀 무례한 거 같아." 참고 참다가 돌려 돌려 말했지만, 엄마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가족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괜찮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어떤 과정도 성과도 내가 결혼하지 않았음으로 인해 다 소용없어진 것 같아 속상했다. 나도 엄마의 입장이 되면 똑같은 마음이 될까. 나는 자식이 없어봐서 잘 모르는 걸까. 밖에서는 기분이 태도가 안 되려고 노력하는 나인데, 집에서는 나쁜 기분이 질질 새는 것 같아 스스로 참 별로라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숙제처럼 남겨진 딸내미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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