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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Dec 22. 2023

불행의 시작은 비교로부터 시작된다.

전혀 괜찮지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뒤 몇 년쯤 지났을 때 고등학교 동창과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 짝꿍을 하면서 꽤 친했던 아이였는데 서로 취직한 지 2~3년 차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 내 모습에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눈으로는 나의 옷차림과 가방을 스캔하는 것이 티가 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직장은 어떤지, 연봉은 어떤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등 코치코치 캐묻는 친구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신없이 만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얘는 '날 왜 만났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취직하고 엄마가 월급통장 관리를 해주셨고, 학생때와 다름없이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나는 체크카드만 쓰며 겨우겨우 살아가던 직장인이었다. 꽤 빨리 진급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높은 연봉도 아니었고 주말도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적은 월급에 불만을 가지던 친구는 나의 상황을 물어보며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출근하면 그 친구는 내게 메신저로 월급이 작아서 회사를 그만둘지 고민이라며 하소연을 해댔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짜증을 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모인 여자친구들은 위아래 스캔부터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그런 모임이 불편해진 나는 동네나 집에서 만날 수 있는 편한 친구만을 만났고 결국 그런 친구들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갔다.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던 어린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좋은 가방, 좋은 차, 능력 있는 남자친구 등 자신이 가진 것들을 과시하게 된다. 결혼을 하면서 누구는 혼수집이 어디고, 예물은 뭘 받았으며 등등 여러 가지를 비교하는 시기가 있었다. 


난임시기가 길어지면서 나는 돈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이 바로 아이였다. "돈이라도 주고 살 수 있는 거라면 사줄 텐데 어쩌겠니"라는 친정엄마의 말처럼 세상에는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게 있었다. 꽤 비싼 병원비를 내면서 여러 번의 인공수정과 시험관까지 했지만 나는 결국 실패했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불어가는 체중과 늘어가는 내안의 분노만 가득했다. 그 시기에는 임산부만 봐도 화가 났기 때문에 주변에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자존감을 많이 깎아먹는 시기였다. 자존심이 강한 나는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지는 것이 싫어 남들 보란듯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기위안으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물욕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별로 없다.


아이가 없는 삶은 참 심플하다. 신혼때와 별반 다르지않은 단촐한 살림살이 덕분에 굳이 큰 집이 필요하지않다. 청소만 힘들어지기때문에 나의 꿈은 마당이 딸린 아주 작은 단층 주택을 갖는 것이다. 지붕은 초록색 기와면 좋겠다. 남편은 야망이 없는 나를 가끔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나 또한 야망에 불타오르던 20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아마 나에게 아이가 있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야망에 불타오르다 못해 타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긴 시련이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가를 보여주는 행복지표는 돈과 명예가 아니라 평안한 삶 그 자체다. 아늑하고 따뜻한 작은 집과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굴러가는 자동차, 가끔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를 사먹을 수있는 적은 돈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지향하는 목표점은 다르기때문에 내 행복의 기준을 그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스스로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스스로가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장기하의 노래처럼 그저 평화로이 별일없이 사는 것이 목표이다. 누군가 지금 행복하냐 했을때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별일없이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행복한 사진이 넘쳐나는 SNS를 보며 나는 왜 불행하지, 나는 왜 행복하지않지를 누군가의 비싼 명품백이나 좋은 차, 해외여행 등으로 비교하면서 나의 행복의 척도를 판가름하지는 말자. 불행의 시작은 비교로부터 온다. 오늘 하루 별일없이 무사히 잘 지냈고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 한끼를 하며 수다를 떨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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