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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Dec 05. 2023

삐- 그 선 넘으면 침범이야

전혀 괜찮지가 않습니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인성이 좋고 싹싹하다는 인식이 나는 참 싫었다. 싫은걸 티 내지 않는 것이 좋은 인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싸울 필요도 없다. 그저 서로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 사람들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선을 침범하고는 한다. 가족이란 이유로 또는 친구라는 이유로 우리는 남의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고 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그것을 같다고 생각하고 나를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시절 친구가 된 동기는 아침마다 나의 기숙사 방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내 용품들로 자신을 치장했다.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싫은 티를 내도 막무가내였다. "뭐 어때 친구잖아"라는 식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다.


사람들은 친하다거나 가깝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출근 후 컴퓨터 메신저를 키는 순간 띵동 하며 대화창이 열린다. '오늘은 누가 옷을 촌스럽게 입고 왔더라' '누가 누가 아침부터 짜증 나게 만든다' 등의 말들이 담긴 대화창은 여는 순간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게 만들었다. 뭐, 동료들끼리 험담도 할 수 있지만 안 좋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대화는 몹시 불쾌했다. 더군다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사였기에 맞장구를 치지 않으면 화를 내서 채팅창으로 비위를 맞춰야 해서 날 참 피곤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기분이 좋으면 사람들에게 한없이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온갖 짜증을 남들에게 내는 사람이었다.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결국 메신저 로그아웃이라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고, 점점 비위를 맞추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나는 입을 닫고 말았다. 물론, 워낙 친했고 따랐던 언니였기에 중간중간 진지하게 나의 입장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나의 말을 들어주는 척 이해하는 척 넘어가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나는 더 이상 대화하기를 거부하게 되었다.


극단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 당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중압감을 이해할 수 없다. 나를 때린 것도 아니고 괴롭힌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언어폭력에 가까웠고 친했던 동료에서 어느덧 언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느낌이었다.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늘 힘들었다. 나의 속을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먼가 알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벽과 선은 존재한다. 그것을 조금 침범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나만의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깝다는 이유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존중받고 싶고, 존중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존중하지 않는 관계는 이미 깨진 것과 다름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사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뒤끝이 없는 쿨한 사람으로 포장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 주변에 있는 사람은 꼭 상처를 받게 된다. 본인은 조언이라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만 막상 본인은 어떤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 그 사람들의 방식은 "내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네가 못 따라오니까 문제인 거야"라는 식이다. 내로남불인 이 사람은 자기 주변 사람들은 이런 성격의 자신을 모두 좋아한다며 착각 속에 빠져 산다. 하지만 결국 외톨이가 되기 마련이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이 있고 취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 너는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연하게 사람을 바라보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외딴섬에 갇힐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세상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해 각종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사는 이 지역이 얼마나 좁은지 알게 되었다. 


요즘 인기 있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인기가 있는 것도 우리가 속한 편견들을 벗어나 아무렇지 않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안 84가 멋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들도 보이지만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편견 없이 누구랑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다음생에는 저렇게 한번 살아보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영역이 넓어지기보다는 점점 좁아진다. 나의 최애 취향만을 남긴 나만의 영역을 누구에게도 침범받고 싶지 않아서 그것을 지키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그것이 나의 세상이고 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처럼 나도 남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이제는 침범하는 사람들에게 여기는 내구역이니 '삐- 선 넘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경고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우리의 관계는 남과 북이 될지 모르니 좋은 말로 경고할 때 제발 선 좀 넘지 마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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