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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Mar 16. 2022

이제는 돈 버는 방식을 바꿔야 할 때

광고회사를 지탱하는 젖줄은 매체비 수수료이다. 클라이언트가 매체에 투입하는 광고비에 일정 비중의 커미션(Commission)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매체사마다 수수료 퍼센트가 다르지만 TV는 12~15%, 디지털은 15~20%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광고비 많이 쓰는 클라이언트를 유치하면 1년 농사가 참으로 평탄하고, 일은 참 많은데 광고비 안 쓰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아무리 열심히 한 결과물이 있어도 실적이 좋지 못하다.


외국은 광고회사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 다르다. 커미션(Commission) 중심이 아니라 피(Fee) 중심이다.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광고회사에서 투입하는 인력의 수와 각자의 노동력, 노동시간 등을 종합하여 클라이언트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국내 외국계 기업 중 일부는 광고회사에 커미션(Commission) 대신 피(Fee)를 준다. 일 한만큼 돈을 받는다는 단순한 이치를 고려해보면 이러한 피(Fee) 방식이 타당하다. 또한, 피(Fee) 방식은 광고회사 운영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측면도 존재한다. 우리가 담당하는 클라이언트가 언제 얼마나 광고비를 쓰는지는 클라이언트 조차도 확실히 모른다.


이런 논의가 광고회사 내부에 없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이를 법제화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커미션(Commission) 중심으로 광고회사가 운영될 것으로 본다. 왜일까. 광고비를 많이 버는 대형 광고회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원치 않을 것이다. 회사의 곳간을 거대한 광고물량에서 기인한 커미션(Commission)으로 잘 채우고 있는데 굳이 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큰 광고회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변화의 물결은 큰 파도가 되기 힘들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TV 광고비가 줄어들고, 그 반대급부로 단가가 덜 비싼 디지털 광고비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미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광고가 업계의 핵심동력이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전체 광고비의 축소와도 직결된다. 광고회사가 나눠 가질 수 있는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더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다. 정확한 타깃에게 전달 가능하면서 가성비도 좋은 디지털 광고를 마다할 클라이언트가 누가 있으리.


이런 상황인데 커미션(Commission) 제도를 계속 고수한다면 광고회사 간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하다. 작은 예산의 클라이언트라도 어떻게든 유치하기 위해 제작비를 헐값에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가 갖고 있는 여러 리소스를 댓가없이 무상으로 제공하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고업계가 지닌 다양성의 가치에 큰 흠이 갈 것이다. 큰 회사들만 살아남게 된다. 아이디어의 질 보다는 할인 등의 양적인 측면에만 집중하게 된다. 클라이언트도 이 같은 결과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돈 버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큰 회사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피(Fee) 중심으로의 변화를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광고회사가 제공한 노동력의 가치가 수익의 기준이 되면 클라이언트에게도 유리하다. 좋은 아이디어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는 합리성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 메이저 광고회사라는 말도 아이디어가 메이저리그 급인 광고회사라는 의미로 읽힐 것이다. 물론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하는 부분에 있어서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는 존재한다. 이는 도입 초반에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광고회사도, 클라이언트도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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