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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10. 2023

2030은 개 키우지 마라?

꼬막이.

‘돈의 속성’을 쓴 김승호 회장의 말이 화제다.

그는 말한다.

‘아직 자립이 안 된 2030’들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고.

자립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딸린 애가 있는 것과 똑같다고 말이다.

삶의 중심이 개, 고양이에게로 바뀌면서

커리어, 자기 계발 등을 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는 발언이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자립이 안 된 20대 30대’에게는 반려견, 반려묘가 사치일 수 있다.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아이의 이름은 '움군'이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불려본 적은 있을까.

처음 발을 들인 유기견센터는 내 건강한 초록빛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문을 열자마자 콧속으로 들어오는 퀴퀴한 공기,

미친 듯 짖어대는 각종 개들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했다.

담당자가 있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가 작은 숨을 길게 뱉었다.

"전화드렸던 사람인데, 아이 볼 수 있나요?"

"네 1층 내려가서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다시 숨을 참고 1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밟았다.

이 많은 아이들은 도대체 누가, 어디서, 왜 버린 것일까.

이미 성견이 되어버린 딱 봐도 20kg는 넘을 듯한 아이들은 조만간 안락사가 예견되어 있겠지.

외면하듯 작은 아이들이 있는 왼편으로 향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찾기 위해.

한 울타리에는 세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분변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펫샵에서와 같이 작은 단독방을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아이들은 보통 피부병이나 다른 질병이 있다고 했다.

'괜히 한 생명을 키운다 결심했나.....'

고개를 돌리고 나가려는데 한 울타리 속 아이가 눈에 띄었다.



옆의 강아지들에게 치이는 모습이,

그럼에도 두 발로 서 올라오려는 모습이,

잡초 같았다, 꼭 나 같았다.

순간 핸드폰을 꺼내 그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2층으로 향했다.

"이 아이요."

사진을 확대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곧 몇 장의 준비된 서류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에 대한 정보, 그 아이에 대한 정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이곳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서류작성을 마친 후 여전히 시끄럽게 짖는 큰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도 따라 나가고 싶은 거지..'

어느 순간 나는 코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한 인기척에 엉겁결에 양손으로 안아 든,

내가 선택한 그 아이.

작은 몸으로 내 손 안에서 발발 떠는 그 아이를 안아 든 순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지켜주고 싶다는,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꼬막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벌교 쪽에서 데려왔고, 먹는 것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기에,

이제 건강하게 오래오래 나와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7kg였던 아이는 현재 13kg이고 팔다리가 아주 긴 성견으로 자랐다.

꼬막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많이 큰 체격을 보고 부모님은 자주 내게 말씀하셨다.

마당이 있는, 어딘가로 보내라고.

그것이 꼬막이도 좋을 테고, 내 앞 길에도 좋을 것이라고.


분명 귀찮은 부분이 있다.

실외배변만 하는 아이를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두 번은 무조건 산책을 해줘야 하고,

일이라도 생기면 맡겨야 하는 애견 유치원, 호텔링, 그 비용,

또, 남자를 만나 결혼이야기가 나와야 할 때인데 큰 개나 끌고 다니고 있으니?

이것저것 걸리는 부분이 많은 건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허나, 하늘 아래 나밖에 모르는 이 생물체를 어떻게 다른 곳에 보내겠는가.

사람은 정이 떨어지게라도 할 수 있지,

이 생물체는 나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반기고 핥고 오직 사랑만 준다.

김승호 회장의 말도, 부모님의 말도 이해한다.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꼬막이가 다섯 살, 열 살, 그 넘어서까지 내 옆에 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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