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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08. 2023

명품백 들고 라운딩 나가는 그녀와 자꾸 멀어진다.

허세 피라미드


혹시 ‘허세 피라미드’라는 것 보신 적 있는가?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운동하고 ‘오운완’이라고 태그 해서 인스타에 올리고,

바디프로필 찍어서 또 올리고,

밥은 압구정 오마카세,

후식은 호텔 망고빙수,

데이트는 골프라운딩.

빠질 수 없는 건 인증샷.




갑자기 논문 쓰는 느낌이지만 통계적으로,

특히나 2030 여성 골린이들이 대폭 증가하였다 한다.

아무래도 예쁜 골프복 입고 야외 나들이 가는 느낌이라 골프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거기에 인스타 피드까지 예쁘게 꾸밀 수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도 골프를 권했던 지인들이 있었다.

“좋지~” 허허 웃으며

그 자리에서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골프채도 아니고 골프복부터 검색해 봤던 나는 그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좀 예쁘다 싶은 건 10만 원이 넘어선 가격대였다.

골프복이 이 정도인데 골프채는 생각도 못했던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장비는 얼마 정도해?”

“중고로 하면 100~150 정도?”

잠깐 계산해 봤다.

일 때문에 아주 잠깐 골프레슨을 받아본 적 있지만,

이 죽일 놈의 기억력 때문에 채 잡는 법도 까먹어

다시 배워야 하니 골프레슨 재등록도 해야 하고,

장비도 사야 하고,  차가 없어 차도 얻어 타는 거니 주유값이랑 밥값은 내가 내줘야 될 것 같고...

그럼..

넉넉히 초기비용 250만 원?


라운딩 나갈 때마다 4-50만 원은 든다는데 가능하니, 연지야?



아니. 불가능.


그냥 좀 상황이 부담스럽다 하면 될 것을,

구질구질하게 허리가 안 좋아서

한쪽으로 회전하는 운동은 안 맞을 것 같다고 주절주절 설명하며 거절했다.

무언가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와서 그 지인의 인서타를 들어가 봤다.

‘일반 회사원인 줄 알았는데 돈을 잘 버나 보구나, 집이 잘 사나? 돈을 많이 모았나?’

지인의 피드는 초록초록 골프부터 요트에서 한 생일파티, 호텔 스파에서 귀여운 물놀이 튜브인형 위에서 찍은 사진, 명품백 들고 해외여행 가서 찍은 사진 등등.

한 영상을 눌러보니,

차를 잘 모르는 나도 외제차인 건 아는 핸들 위에 손을 얹어놓고

음악에 맞춰 손가락으로 리듬 타는 영상도 있다.

그녀의 피드를 모두 확인한 후에,

나는 심리적 거리감을 느꼈다.


30대 초반이면 한 두 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명품백, 나는 그거 없어서 지인 결혼식 가야 할 때면

늘 언니에게 귀여운 척을 하며 빌렸었고,

외제차는 무슨 운전도 잘 못하고.

해외여행이라고 가본 곳이란 서른 넘어서 처음 가본 다낭,

한 곳 밖에 없다.

이런 내가 한 번도 부끄럽지 않았는데

지금은 뭐 하고 살았나 싶은 마음인 것이다.

이런 게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것인가.



‘보여주기 식’ 인생을 사는 2030 세대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고 보면 예전 ‘싸이월드’는 “나 얼마나 슬픈지 좀 봐라” 였다면

지금 인스타그램은 “나 얼마나 잘 사는지 좀 봐라”가 메시지 같다.

본인 인생, 일상의 하이라이트만 올린다.

나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욜로족이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던

나는 잠시 그녀와 거리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전자라면 그 ‘보여주기 식’을 맞춰 줄 의향이 없고,

후자라면 그 소비를 함께할 깜냥이 안된다.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고 하나보다.

소득격차, 씁쓸하기도,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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