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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12. 2023

탈 서울 하였습니다.


바야흐로 서울 공화국이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이유는?

기회의 도시니까!

특히나 배우가 꿈이었던 나에게는

무. 조. 건. 서울, 서울, 서울이 답인 듯했다.

옛말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라.

나 같은 애들이 너무 많아졌는지

수도권의 인구수가 비수도권의 인구수를 초월한 지는

한참 되었고 모두 서울에서 자리 잡고

서울에서 자기 집 사는 게 꿈이라 말한다.     

 


그렇게 정확히 11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10년 넘게 남의 집에서 다달이 몇십만 원 월세 줘가며 타향살이를 하던 나도 평범하지만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작은 원룸 오피스텔 창가에서 밤마다 맥주 한 캔을 까며 되새겼지.

이렇게나 많은 건물과 집이 있는데 왜 내 건 없을까.

돈이 없으니까 없지.

언젠간 이 큰 도시에 내 집 하나 마련하리라.

꿈도 꿈이고 어찌어찌 그래도 직업이 (무명) 배우에

어느덧 서울생활이 훨씬 편해졌으니 다시 본가에 내려가 정착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것.

나는 ‘개’ 때문에 탈 서울 하게 된다.

일단 13kg짜리 개를 남. 의. 집에서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일이라도 있으면 맡겨야 하는 유치원 호텔링도 중형견은 안 받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각종 민원에 나는 매일 누군가에게 죄송해야 했다. 꼬막이를 어느 시골로 보내는 방법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나, 나는 생각보다 정이 많은 편에 일은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10년 동안 내려오라고 내려오라고 엄마가 입 아프게 말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던 내가 귀향을 결심한 것이다. 항상 그렇다. 마음먹는 것이 어렵지 집도 바로 나가, 당근마켓에 내 짐도 금방 팔려, 어느덧 나와 꼬막이만 남았다. 그렇게 우린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는 나름 대도시이지만, 서울에 비하면 참 좁다.

어딜 가든 차로 2-30분이면 간다.

인구도 별로 없어서      

“아, 걔?”, “어! 내 친구도 아는데!” 한다.      

있을 건 다 있는데 일자리는 없다.

그래서 반백수인 나는 구직란에 시달리고 있다.

연기는 포기한 거냐고?

그건 아니다.

모든 촬영이 서울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만 이동하고 있다.


그럼 이제 귀향살이가 안정되었냐고 물으신다면,

음.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듯이

귀향도,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일단 광주는 뚜벅이여서 지하철을 애용했던 나에게 유용한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공사 중이다.)

또, 누가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명명하였는가.

연극이라도 한 편 볼래도 볼 수가 없다.

이유는 하고 있는 작품이 없어서다.

내가 배우로 뛰고 싶은 심정이다.


자, 그렇다면 귀향의 장점도 말해보겠다.

일단 집값이 어마무시한 서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물론 나는 가족과 함께 살게 되어 월세라는 지출항목이 없어졌지만. 주택가격, 월세 등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가족들이 모두 한 지역에 산다면 그전보다 가까워지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나는 ‘연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었고 나이 서른둘에 통금이 생기는 마법이 생겼다.




서울과 지방, 감히 어디에 사라 마라 할 수 있는 자격도 내겐 없고 그만큼의 아직 귀향한 기간이 길지 않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은, 서울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일자리가 지방은 부족하다. (전문직 제외다)

서울에 집중된 인구밀도를 분산시키고 싶다면, 지역청년일자리 정책에 더욱 힘이 생겨야 함을 체감했다.

내가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탈지, 광주에 정착을 할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어딜 가든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그곳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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