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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13. 2023

벤츠 끌면서 펑펑 울고 싶다.


‘점점 멀어져 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방바닥에 드러누워 노래를 틀어놓고 한 껏 심취해 있다.    

      

’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다음 구절을 부를 때면 한쪽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청승맞게 떨어지며 귀를 간지럽힌다.

스물아홉 살, 방바닥에 누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다 진짜 서른 되기 전에 뭐든 해야 할 것 같아서 등록한 게 바로, 운전면허학원이었다.

오락실 가면 펌프랑 레이싱이랑 철권이랑 농구랑 코노랑 사격이랑 늘 하는데 꽤 잘ㅎ..


이게 아니지, 아무튼 하필 겨울이어서 딱 봐도 수능 본 지 얼마 안 된 애들이랑 셔틀봉고차 타고 다니면서 학원을 다녔다.

1번의 안타까운 불합격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고 나는 2종 면허증이 있는 여자가 되었다. 이제 차도 렌트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차도 살 수 있다고 후후후

더 완벽한 운전모양새를 위해 사설 연수 전문가께도 배웠다.

40대 후반정도 되셨을까. 아주머니 셨는데 좀 과감한 나에게 10초에 한 번씩 이렇게 말씀하셨다.


슬로~슬로우~천~천히~


그때 운전을 어떻게든 시작했었어야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는 있던 건지 원래 없었던 건지 감이란 것을 잃고 브레이크가 왼쪽인 지 오른쪽인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왔다.



30대 막내딸이 어딘가 부족해 보였는지 엄마는 본인 차에 보험을 넣어 조금씩 운전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첫날, 조수석에 엄마가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자, 시동 켜봐.”

우리 엄마는 꽤 착한 편이다.

오른발이 있어야 할 곳을 못 찾는 나에게 하나하나 화 안 내고 알려준다.

스무스한 직진과 브레이크 밟는 동작의 반복만으로 뭔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뒤 차들이 빵빵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렇게 급하면 어제 나오지 그랬소” 

라며 여유 있게 내 속도를 유지한다.     

그때, 우회전이었을 거다.

우회전이어서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차선을 안 지켰다고 엄마가 급발진을 했다.

거기에 모닝인데 차선을 자꾸 밟는다면서.

어디 분노버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점점 ’ 슬로 슬로 천천히‘ 선생님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갈수록 신경질적이었다.

네비가 도착했다길래 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차를 움직였더니, 초보가 지하주차장에 어떻게 들어가려 그러냐고 엄청 뭐라 하고, 후진하려고 하니 뒤에 차들은 들어간다며 빵거리고,

그렇게 호랑이굴에 들어가듯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

나도 이 상황이 무서운데 엄마가 뭐라 하니 더 무섭고 서운했다.

차라리 등짝 스매싱을 했으면 나았을 걸, 말로 톡 톡 쏘는 게 더 감정도 상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이래서 가족끼리 뭐 가르쳐주는 거 아니랬나.

그 새 눈이 흐려지더니 눈물이 또르르..

지질하지만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예쁘게 일자로 흘렀다.

흘려놓고도 운전연수받다가 운 거는 창피해서 혹시 엄마가 왜 우냐고 물어보면 ‘하품한 거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보고도 묻지 않아서 또 또르르 흘렀다.   


어떻게 다시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차 버리고 내려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 들었던 것만 기억한다.

안 좋은 일 있는 날 벤츠끌고 어디 가서 아악 소리 질러보는 로망스럽지 않은 로망이 있었는데, 나는 모닝도 못 끄는 유면허자다.

당분간 차는 별로 끌고 싶지 않아 졌다.

우리 엄마 꽤 착하단 말도 취소함.

나는 개나 끌어야겠다.

산책 가자 꼬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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