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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26. 2015

[안티에이징]

성장통 #part22

이사하고 어느새 일주일

오래된 아파트라
형광등도 싱크대도 방충망도
심지어 초인종도 손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뒤로 뒤로 미뤄뒀던 옷 정리를 시작했다

녀석이 크면 혹시 입을까
여러 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않고
들고 다니던 옷들까지
이번에는 결국 버리기로 결심했다
지인에게 보내줄 옷가지들을 한쪽에 챙겨두고
시작한 지 3시간여 머리가 아파온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재채기를 연발하며
끝나기를 기대하는데
문밖에서 녀석이 소리를 낸다
"엄마는 밥 안 먹어?"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엄마 생각을 다 하고
기특한 마음에
"이것 좀 끝내고~~"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나 샤워하고 나올게~"하더니
조금 후에 빼꼼 문틈으로
"엄마~~~"한다
짐 때문에 문도 안 열리는 틈새로
뭔가 내밀며
"이거 엄마 줄게~~"
"그게 뭔데?"
"안티에이징 크림이래~"
화장품  사고받아 온 샘플크림이다
받아 들고 처음엔 웃음이 났다


안티에이징이라
나이 드는 엄마가 보였을까

다음 순간
늙지 않고 늘 곁에 든든히 있어주고 싶은

생각에 불쑥 울컥해진다

겨우 정리하고 나오니 이번엔 설거지가 한가득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휴~~"
"내가 해줄까?"
어느새 녀석이 뒤에와 서있다
"아니~ 괜찮아~ 시험인데 공부해야지~"
먹은 그릇 안 치운다고 그렇게도 잔소리를 했는데
오늘은 말 한마디에 기분이 날아간다
설거지도 신바람이 난다

"이집도 나름 괜찮은 거 같아~"
"그래?"
"응~ 아늑하잖아~ 학교가 좀 먼 것 빼고는 좋아~"
"그래? 그럼 엄마도 좋아~"

오늘 내 생일도 아닌데
이 녀석 선물보다 더한 것을 준다
일 년 전과 비교해
훌쩍 속이 커버린 녀석
그리도 엄마 마음 몰라주더니

가끔은 이렇게 속 깊은 생각도 할 줄 안다

식탁 위 두고 간
녀석의 얼룩진 안경을 닦아주며
'고맙다, 내 아가'
가만히 말해본다


글, 사진 : kossam


※언제까지나 젊고 건강한 엄마로 네 곁에 있어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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