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20
둘이 앉아 맛나게 떡볶이를 먹고는
별것도 아닌 한 마디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음식 먹고 나면 깨끗이 좀 치워~"
"나 원래 깨끗이 치우거든!"
"그냥 네~ 하면 안돼?"
"왜 그래야 되는데?"
"엄마가 말할 때는 네~ 하는 거지!"
"그런 게 어딨어?"
그렇게 말하려던게 아니었는데
실수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나는 억지를 쓰고 있었다
권위적인 엄마로 살고 싶지 않아
친구같이 대해주니
가끔은 이 녀석이 나를
엄마라 생각은 하는지
화가 불쑥 날 때가 있다
하던걸 내팽개치고 방으로 가려는 걸
오늘은 참지 못하고 붙잡았다
어느새 녀석은
내가 감당하기엔 힘에 부칠만큼 커버렸다
거칠게 반응하는 녀석과
실랑이를 하던 끝에
나는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순간 심장이 조이는 듯 아프고
숨이 막히고 어지러웠다
이 녀석 놀랐는지
"엄마 왜 그래? 누구 부를까?"
대답을 못하고 숨을 몰아쉬니
눈물을 왈칵 쏟는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다행히 조금씩 가라앉더니 숨이 돌아온다
"엄마 물 한잔만 줄래?"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물을 떠온 녀석
"우리 딸 놀랬구나~ 미안해!"
"아니야 미안해!"
어느새 엄마 만한 녀석이
아기처럼 폭 안겨 펑펑 운다
나는 잔소리쟁이 엄마다
속옷 관리부터 쉬운 집안일,
고양이 뒤치다꺼리며 공부까지...
여느 중학생들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녀석이다
둘이 사는 우리 집에는
작은 도움들이 필요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내가 없음 어쩌려나
혼자서 할 수 있게 해주려다 보니
걱정이 앞서 자꾸만 그렇게 된다
내려놓고 믿어주면
언젠가는 알아서 잘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죄 많은 엄마는
녀석이 겪을 앞으로의 일들을 떠올리면
매 순간마다 미안하고 아프다
세수하고 나와서도 눈물 가득
"엄마 괜찮아?"
나는 이 착하고 여린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괜찮아. 우리 조금씩 고쳐가며 살자.
엄마가 더 노력할게.
엄마가 우리 딸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맘 다 안다는 듯
울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눈물을 핑계로
한동안 못해준 사랑한다 말과 함께
꼭 끌어안고 등을 쓸어줬다
말로는 다 못할 마음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하며...
언제까지 이 녀석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밤마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잡념 속에
못 나빠진 엄마라는 이름의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기고 또 잠긴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하루하루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기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주는 상처는
훨씬 더 아픕니다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하루를 옮깁니다.
[밀어내기]
너의 눈빛만 보고도
알았는데
어디가 아픈지
너의 목소리만 듣고도
알았는데
얼마나 힘든지
항상 너의 뒤에서
넘어질까 붙잡아주고
혹시나 울고 있진 않을까
너만 바라보았지
너의 예쁜 두 눈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두발을 딛고 서게 되니
서운함이 외로움이
가슴 가득 몰아쳐와
산산이 부서지고 무너져
그때서야 아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된 너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다는 걸
이제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그저 지켜봐 주는 것이
내 몫이라는 걸
사랑의 마음은 변치 않아도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는 걸
아픈 가슴 부여잡고
너를 한 발 밀어낸다
더 큰 세상
더 큰 꿈을 품은 너를
곤히 잠든 너의 볼에
가만히 손을 대고
엄마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단다
수없이 전하고 전해 본다
글, 사진, 그림: kossam
표지그림: 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