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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22. 2015

[미안해]

성장통 #part20


둘이 앉아 맛나게 떡볶이를 먹고는

별것도 아닌 한 마디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음식 먹고 나면 깨끗이 좀 치워~"

"나 원래 깨끗이 치우거든!"

"그냥 네~ 하면 안돼?"

"왜 그래야 되는데?"

"엄마가 말할 때는 네~ 하는 거지!"

"그런 게 어딨어?"


그렇게 말하려던게 아니었는데

실수라는 걸 알면서도

국 나는 억지를 쓰고 있었다


권위적인 엄마로 살고 싶지 않아

친구같이 대해주니

가끔은 이 녀석이 나를

엄마라 생각은 하는지

화가 불쑥 날 때가 있다


하던걸 내팽개치고 방으로 가려는 걸

오늘은 참지 못하고 붙잡았다

어느새 녀석은

내가 감당하기엔 힘에 부칠만큼 커버렸다

거칠게 반응하는 녀석과

실랑이를 하던 끝에

나는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순간 심장이 조이는 듯 아프고

숨이 막히고 어지러웠다


이 녀석 놀랐는지

"엄마 왜 그래? 누구 부를까?"

대답을 못하고 숨을 몰아쉬니

눈물을 왈칵 쏟는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다행히 조금씩 가라앉더니 숨이 돌아온다

"엄마 물 한잔만 줄래?"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물을 떠온 녀석

"우리 딸 놀랬구나~ 미안해!"

"아니야 미안해!"

어느새 엄마 만한 녀석이

아기처럼 폭 안겨 펑펑 운다


나는 잔소리쟁이 엄마다

속옷 관리부터 쉬운 집안일,

고양이 뒤치다꺼리며 공부까지...

여느 중학생들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녀석이다


둘이 사는 우리 집에는

작은 도움들이 필요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내가 없음 어쩌려나

혼자서 할 수 있게 해주려다 보니

걱정이 앞서 자꾸만 그렇게 된다


내려놓고 믿어주면

언젠가는 알아서 잘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죄 많은 엄마는

녀석이 겪을 앞으로의 일들을 떠올리면

매 순간마다 미안하고 아프다


세수하고 나와서도 눈물 가득

"엄마 괜찮아?"

나는 이 착하고 여린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괜찮아. 우리 조금씩 고쳐가며 살자.

엄마가 더 노력할게.

엄마가 우리 딸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맘 다 안다는 듯

울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눈물을 핑계로

한동안 못해준 사랑한다 말과 함께

꼭 끌어안고 등을 쓸어줬다

말로는 다 못할 마음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하며...


언제까지 이 녀석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밤마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잡념 속에

못 나빠진 엄마라는 이름의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기고 또 잠긴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하루하루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기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주는 상처는

훨씬 더 아픕니다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하루를 옮깁니다.





[밀어내기]

너의 눈빛만 보고도
알았는데
어디가 아픈지

너의 목소리만 듣고도
알았는데
얼마나 힘든지

항상 너의 뒤에서
넘어질까 붙잡아주고
혹시나 울고 있진 않을까
너만 바라보았지

너의 예쁜 두 눈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두발을 딛고 서게 되니

서운함이 외로움이
가슴 가득 몰아쳐와
산산이 부서지고 무너져

그때서야 아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된 너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다는 걸

이제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그저 지켜봐 주는 것이
내 몫이라는 걸

사랑의 마음은 변치 않아도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는 걸

아픈 가슴 부여잡고
너를 한 발 밀어낸다

더 큰 세상
더 큰 꿈을 품은 너를

곤히 잠든 너의 볼에
가만히 손을 대고

엄마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단다

수없이 전하고 전해 본다


글, 사진, 그림: kossam

표지그림: Ari



※노트4 corel pa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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