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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Oct 05. 2015

[돈내주는 엄마]

성장통 #part26

[친구가 더 좋아 1편]


"엄마, 나 롯데월드 가고 싶은데~"

"그럼 가면 되지~"

"아니, 엄마랑 말고~ 다원이랑 갈래~"

"왜? 엄마랑 가기 싫어?"

"엄마랑 가면 재미없어! 엄만 놀이기구도 잘 안타잖아!"

"엄마도 너만 할 땐 바이킹 연속으로 7번씩 타구 그랬거든? 너도 엄마 나이 되바~ 타기 싫은 게 아니고 못 타게 되는 거야!"

며칠 전 투드락거렸던 일이 생각나서

친구까지 데리고 롯데월드로 향했다


중학생이 된 녀석은

이제 엄마는 재미없는 사람 취급이다

배가 고플 때나 아플 때

돈이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는다

어떤 때는 너무 얄밉고 서운해서

혼자 상처도 받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녀석이 그걸 알리가 없다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방과 후 기다렸다 친구까지 데리고 나선 길

자유이용권을 끊어주고 나니

엄마가 있는 것도 모르는 척

둘이서 하하호호 신이 났다

목에 건 카메라가 무색하게도 녀석들은

여기저기 바쁘게도 다녔다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따 두 시간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

"네~"

두 녀석은 신이 나서 달려갔다

천천히 구경도 하고

녀석들을 만나면 멀리서 사진도 찍으면서

그렇게 녀석과 나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내 카메라 속의 그 녀석은

예쁜 미소와 즐거운 표정으로

내게 감동을 준다


엄마손을 놓으면 큰일 날것 같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이만큼 멀찍이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고

언젠가는 녀석을 놓아줘야 할 때가 오겠지

엄마는 오만가지 상념으로 셔터를 누른다







작년엔 'MBC 예쁜 엽서전'에 응모했다가

상품으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두장을 받았는데

너무 기뻐 녀석에게 제일 먼저 얘길 했더니

"와~ 근데 누구랑 가지?" 하고 물었다

"엄마랑 가야지~"

"엄만 놀이기구 많이 안 타니까 아깝잖아~"

"엄마도 같이 타면 되지!"

"그래도  재미없는데~"

"그래? 그럼, 그냥 너 빼고 엄마 친구랑 갈 거야"

"헐~~~~~"

결국은 유치한 다툼으로 끝이 났다

그때는 진짜 녀석이 괘씸해서 친구를 불러서 바람 쐬러 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봄에 받은 티켓을 지금껏 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

친구랑 가지도 못하고

녀석에게 쿨하게 다녀오라 주지도 못하고

하도 들고만 다녀 봉투가  구깃구깃하다

올해가 가기 전 녀석과 꼭 다녀오고 싶었는데

마음보다도 시간에 쫓겨 여기까지 왔다

나는 곧 시험도 끝났으니 친구랑 재미있게 놀다오라고 녀석에게 줄 것이다

결국 그럴 거면서 참 미련스러운 엄마다


가끔 친구랑 같이 밥을 먹으러 가서도

엄마는 돈만 내주고 갔으면 하는 나이

영화예매는 엄마가 해주고

영화 관람은 친구랑 하고 싶은 나이

엄마랑 커플룩은 싫어지고

친구랑 같은 옷을 입고 싶은 나이

뭐든 친구랑 해야 재미있는 나이


지금 나의 역할은 돈 내주는 엄마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역할에 불만을 갖기보다

녀석의 행동과 씀씀이의 정도를 조절하고

옳고 그름이나 경제관념을 잡아주는

캐릭터 분명한 엄마로

앞으로 몇 년간은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오늘도 명절 전 주문한 티셔츠가

왜 이리 늦게 오냐면서 투정을 부리고

무릎길이 청치마가 입고 싶다고 졸라대는 녀석

뮤지컬도 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애물단지

가끔씩 수다로 함께 스트레스 푸는

녀석의 단짝의 엄마도

녀석들이 '돈 먹는 기계'라며

늘어지게 한숨을 쉰다


나는 종종 녀석의 성장을 통해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본다

시험만 끝나면 엄마한테 옷을 사달라 졸랐던 기억

평소에 무뚝뚝이 넘치다가도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콧소리가 자동으로 나던 기억

괘씸하고 얄밉다가도

내가 녀석을 크게 야단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또 나는 녀석에게 감사한다


그래서 나는 순간순간 끊임없이

녀석과  함께할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고

녀석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들을 준비한다


한 발짝 물러섰지만

나는 오늘도 녀석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글: kossam

사진: 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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