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 31
"쾅! 딸깍~"
집에 있을 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이다
녀석의 사춘기는 중1 올라갈 무렵
방 문을 닫으면서 시작되었다
방을 따로 만들어 준 건
녀셕이 네 살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밤새 혼자서 자기 침대에서 예쁘게 자던 녀석은
새벽이면 꼭 엄마품을 파고들었다
나도 그렇게 녀석을 끌어안고 자는 것이 좋아
오지 않는 날이면 오히려 부르곤 했다
"아가~~ 엄마한테 와~~"
겨울이면 손발이 차서 고생인 나는
밤마다 열이 많은 녀석을 꼭 안고
"엄마 난로~~" 하면
"힝~ 차가워~~"
하면서 같이 웃던 기억이 난다
6학년이 될 때까지
옷이며 음식이며 투정 한번 부리지 않던 녀석은
나를 딸바보로 만들 만큼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말 그대로 느닷없이 내겐 날벼락이 떨어졌다
"엄마! 오늘부터 나 혼자 잘래~"
"왜?"
"그냥! 그래야 하는 거잖아~"
"엄마랑 자는 거 싫어?"
"아니, 그냥 그러고 싶어! 엄마도 편하게 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문을 닫고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며칠 그러다 말겠지 했던 예상과 달리
2년 가까이 녀석은 보통의 중학생들처럼
밥 먹고 텔레비전 볼 때 외에는
그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14년을 품어 온 녀석을 잃고
허전한 마음을 채울 길이 없어
결국 우울증이 찾아오고
언젠가부터 계속되던 불면증까지 심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처음에 방문 열쇠가 없었다
어쩌다 말다툼이라도 있는 날이면
녀석은 문을 걸어 잠그고 꼼짝을 안 했다
그때 그때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내게는
그 시간들이 마치 형벌과도 같았다
문 앞에 서서 소리도 쳐보고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지만
늘 침묵으로 일관하는 녀석이 이기는 싸움이었다
어느 날은 너무 화가 나서 문을 따 보려고
힘도 써보고 머리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벽에 서서 대화를 하는 심정이 되니
자존심까지 상하는 듯했다
결국 나는 열쇠가 달린 문고리를 새로 사서
녀석의 문고리를 바꿔버렸다
"잠그는 것은 니 자유지만,
버릇없이 굴거나 필요한 경우가 되면
열쇠를 쓸 거야!"
녀석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다행히 크게 반발하진 않았다
녀석이 지극히 평범한 아이라는 것도
그때 아이들이 다 그런다는 것도
나도 어려서는 녀석과 똑같았다는 것도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쾅 닫고 잠가버리는 행동은
매번 가슴에 상처가 된다
녀석과의 일상에서
유독 내가 견뎌내지 못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화를 제멋대로 끊어버리는 버릇이고
또 하나는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엄마가 들어오는 게 싫을 때 잠그는 거야"
"늘 잠그고 있잖아?"
"습관이 돼서 그래! 안 들어오면 되잖아!"
"너는 엄마 쉴 때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그럼 엄마도 나처럼 잠그면 되겠네!"
나는 또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이번엔 녀석이 얄미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썼다
"내일 사람 불러서 문고리 떼어 버릴 거야!"
"왜???"
"왜는 왜야? 문 때문에 너랑 싸우기 싫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잠그지 마!"
"싫어! 그런 게 어딨어?"
"나도 네가 문 잠그는 거 싫어! 엄마가 그렇게 싫으니?"
앞뒤도 안 맞고 끝이 없는 말다툼,
의미도 보람도 없는 충돌이었다
며칠 동안 가슴 한편이 답답한 채
풀리질 않는다
이렇게 오래간 적이 없으니
녀석도 슬슬 눈치를 본다
어차피 결론은 늘 하나이다
녀석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
엄마가 적응하고 받아들이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녀석의 세상이 존재함을
그렇게 조금씩 독립해 가는 것을
인정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것!
너무나 잘 알면서도 어떤 날에는
울컥 올라오는 서운함에 가슴을 치는
나는 오늘도 여전히 딸바보 엄마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통 이야기를 쓰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의 본이 되어서도 아니고
자랑하기 위함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저 두렵고 불안한 미래에
엄마도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래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하나로
힘든 시기를 극복해내기 위해 시작했고
하루하루 반성하고 깨닫기 위함이며
녀석과 함께 언젠가
부끄러운 엄마 모습이지만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내일 또 나는 녀석의 방문 앞에 서서
"밥 먹어~"
"자니? 숙제는 했어?"
"방에 빨래 쌓아둔 거 없지?"
문 너머의 세상에 있는
녀석에게 말을 걸겠지만
그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기를
오늘보다 좀 더 성장한 내일이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ㅡ슬픈 문고리 앞에 서 있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며
글, 그림 :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