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Sep 03. 2015

[엄마 싫어!]

성장통 #part3


"엄마 싫어!!!"

캠프를 떠나던 날 아
녀석이 마지막으로 던진 한 마디

배웅하는 엄마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에 오르던
녀석의 차가운 뒷 모습이
가슴을 찡~하고 울린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비가 내려 참 다행이다
생각한다

'진심이 아니겠지
저도 힘이 들어 그럴 테지'
애써 생각을 돌려도
귓가에 맴돌며 나를 쫓아다니던 그 말

밥을 한 숟갈 뜰 때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때도

아프게 아프게 다시 찌르던 뒷모습


※혼자 마트를 방황하다 몇주 전 녀석이랑 같이 본 영화 캐릭터에 마음을 뺏겨 녀석이 돌아오면 주려고 덜컥 사버렸다





며칠 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온 녀석에게
"먹고 싶은 거 없어?"
"지금 너무 졸리니까 이따 먹을게"
여느 때처럼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하고는 이내 문을 닫고 잠이 든다

이 찜통 더위에 문은 왜 그리도 닫는 건지
열어둬야 바람이라도 통하는 것을

"엄마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문 열어두고 자!"
행여 너무 더워 잠 설칠까
문을 슬쩍 열어두고
자리도 피해준다

묻고 싶은 얘기도
듣고 싶은 얘기도
가슴 저 구석으로 밀어 넣고

여행 가방 속 빨래까지
돌려놓고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 길 기다린다

"밥 먹고 영화 보러 갈까?"
"응~"
"이제 엄마 안 싫어?"
속 좁은 엄마답게 못난 질문도 던져본다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는 거지~"

우문현답이다

영화가 시작하니
슬그머니 팔을 끼고 어깨에 기대 온다
"추워~~~"
예쁘고 보드라운 녀석의 볼이
사랑스럽다

그렇게 또 스르르 풀린 딸바보

감기라도 걸릴까
핑계 삼아 꼭 안아본다

내일이면 녀석은 또 외치겠지
"엄마 싫어!"

엄마도 너도 그렇게 크는 거겠지




글, 그림, 사진: kossam



*스마트폰 그림&캘리 (Note4)
*영화라면 다 좋아하는 뚱이
이전 02화 [나라 말고 정신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