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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Aug 31. 2015

[나라 말고 정신을]

성장통 #part2

날이 더워 그런가
자꾸 큰소리가 난다
말 끝마다 가시가 돋고
좋은 말도 거슬리고

뭔가 계속 불안하고 불편하고
이게 내 마음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오늘로 일주일째 정신줄을 놔버린
녀석과 전쟁 중이다

사건1]
뮤지컬을 보러 간다며
"와~ 이거 나 오늘 입어도 돼?"
새로 산 내 원피스를
지가 먼저 개시하고는
거울 앞을 떠날 줄을 모른다
친구랑 일찍 만나
밥도 먹고 들어갈 거라나 
샬랄라 뾰로롱~
녀석이 나간지 십 분쯤 흘렀을까
뭔가 어두운 예감과 함께
불안불안 뒤통수가 당기더니
결국 내 눈에 들어온 건
 주 전부터 식탁 위를 전전긍긍하던
뮤지컬 티켓 두 장!!!
갑자기 온 정신이 멈춘 듯
~해졌다가


서서히 혈압이 올라온다
그렇게 입이 아프게 챙기라 일렀건만!
전화를 걸었더니
지하철역 앞이란다
"당장 와서 가져가!"
"지금 어떻게 가~ 친구 기다린단 말야~"
"그냥 가면 공연 못 보는데?"
"엄마가 가져다줘~~~"
"엄마 수업해야 된단 말야!"
"엄마~ 제발~~~"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이미 운전대를 잡고 있다
최대한 무서운 얼굴로
창문으로 티켓만 전해주고
아무 말 않고 쌩하니 집으로 온다

사건2]
친구랑 둘이 학생 할인 공연을 보러 간다길래
마침 일 끝내고 시간이 맞을 듯하여
데려다 주기로 한다
"학생 할인 티켓이니까 학생증 꼭 챙겨~"
"그거 학교에 두고 왔는데?"
"뭐? 못 산다 정말~ 그럼 교복이라도 입고 나와~ 엄마 곧 도착하니까 얼른 준비해~"
"지금 라면 끓이는데?"
"늦으면 어쩌려고~~ 최대한 빨리 먹고 와~"
아파트 정문 길 건너에 차를 대고 기다린다
결국 약속시간에서 오분쯤 지났을 즈음
갑자기 뒤쪽에서 버스가 클랙슨을 울려 댄다
깜짝 놀라 백미러를 보니
버스 앞을 한 녀석이 휘리릭 지나간다
버스가 놀랐는지 한참을 서있는데
'설마!!!'
교복을 입고 뛰어오는 게 그 녀석이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 힘이 풀린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차를 타고는
핸드폰을 보고 있는 녀석에게
"빨간 불이었어? 파란 불이었어?"
"파란 불이 깜박거렸어~"
"그래도 살펴보고 건너야지!
버스도 놀라고 엄마도 놀랐잖아~"
"안 다쳤으니까 괜찮아~"
걱정이 화가 돼서 터져나온다
"괜찮아? 지금 잘했다는 거니?"
"엄마도  무단횡단하잖아!"
눈물이 나려 해서 입을 꾹 다문다
도착할 때까지 음악도 숨소리도 없이
그냥 간다
"공연 잘 보고 다시 여기로 와!"
녀석이 내린 후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펑펑 운다

자잘한 사건3, 사건4,
물놀이 다녀온 옷 주머니를 이틀 동안 가방에다 모셔둔 일
학교에서 야영한다고
저녁 식사비 가져간다더니
빈 손으로 가놓고 엄마 불러댄 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자식 하나 있는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혼을 다 빼 놓는다
언제쯤 알아서 잘 하려나
다 컸나 싶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애간장을 다 녹인다
무자식이 상팔자란 옛 말도
살짜기 공감해가며

이렇게 키우셨겠지
울 엄마도 나를

예뻤다 미웠다
웃었다 울었다




이 녀석아ㅡ
제발 나라만 지키지 말고
정신머리 좀 지키자
엄마 심장도 좀 지켜줘





오늘도 무사 하루가 저문다


글, 사진, 글씨: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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