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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18. 2015

[마음 들여다보기]

성장통 #part16

이사할 때마다 한 짐 차지하는
녀석의 인형 친구들
이번에도 세 상자나 가득 채워 모셔왔다

버릴 것 좀 추려보라는 말에
펄쩍 뛰며 그러기만 해보란다
"너 없을 때 몰래 버린다 그럼~~?"
"하나라도 없어지면 다 알아~"

어쩔 수 없이 고이 모셔와
늘어놓고 정리를 한다
정리하는 건 엄마가 잘하니까 참견은 않고
옆에서 하나씩 들여다보며
떠들어댄다
"이건 언제 산 건지 알아?"
"글쎄~ 기억이 안 나네?"
"그때 거기 있잖아 왜~ 고속도로 휴게소~
엄마가 예쁘다고 사줬으면서~"
"그랬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 올라온다
"이건 그랜맘이 사준 거고,
이건 옛날 논술쌤이 사준 거고"
"응~ 기억난다~
근데 이 손난로 인형은 빨지도 못하는데

너무 더럽다~ 버리면 안돼?"
"안돼!" 더럽다고 같이 웃으면서도 안된단다
"엄마는 벌써 내가 젤루 아끼는 애를 버렸잖아~"
"내가? 언제?"
"쵸코... 곰인형..."
그제야 몇 해 전 지인이 사줬던 커다란 곰인형을
먼지가 너무 타고 털이 빠진다고
눈물바람인 녀석을 뒤로 하고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언젠데... 이 녀석 잊지 않고 있다


※어렵게 찾은 쵸코와 뚱이


녀석이 열 살 때 지인의 초대로
혼자 먼 여행을 가야 했을 때
엄마 대신 안고 갔던 토끼는
그리고 보니 뜨개옷을 입고 있다
녀석의 외할머니는[할머니란 말이 싫어
그랜맘이라 부르라 교육시켜
녀석은 지금 껏 그리 부른다ㅡ]
녀석의 인형마다 뜨개옷을 해 입혔다
이름 짓고 옷 입히고 정을 주고...




그렇게 늘어난 식구들은
때가 타고 미워져도 녀석에겐
그저 소중한 보물인가 보다

"얘는 미선이 이모가 준거구,
얘는 재성이 삼촌집에 갔을 때 가져온 거고,
얘는 엄마랑 그랜맘이랑 여행 갔을 때 데려온 거고~"
평소엔 말 한마디 않는 녀석이 쉬지않고 조잘댄다

동생이 없어서일까 짠하기도 하고
사랑이 부족했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저렇게 추억을 하나하나 맘에 새겨둔 게

예쁘기도 하고
무뚝뚝한 것이 속정이 많아

상처도 담이 둘까 걱정도 되고

인형 하나 정리하면서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이 드는지
다시 보니 한 놈 한 놈 녀석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런가
모두 예뻐 보인다

"얼른 시집 가서 이놈들 다 챙겨가~~"
맘에도 없는 소리로 마무리하며
때가 타서 더러운 놈들 한아름 안고
목욕시키러 간다


새집에서 다 같이 추억 돋는 예쁜 꿈꾸렴...
쵸코도 꼭 만나고...


미안하다 내 아가...



글,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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