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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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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Aug 27. 2022

올때는 네 맘이지만

비루코 7화



고양이를 안고 가면서도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특히 이렇게 순진한 얼굴로 안겨 따라가다가 불시에 날 물고 달아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단단히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그런데도 무슨 용기인지 그런 걱정에 겁이 나면서도 우선 사료라도 먹여보자라는 생각에

온 몸이 뻣뻣했지만 무사히 마트까지 갈 수 있었다. 


마트 안에 까지 데리고 갈 수는 없어서 아들에게 마트 밖에서 잠깐 고양이를 안고 있으라고 한뒤

혼자서 마트에 들어가 사료를 샀다.

급히 결제를 하고 나오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아들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를 보며 신기해 했다. 그도 그럴것이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사람은 종종 봐왔지만 고양이를 안고 거리에 있는 사람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목줄이나 하다못해 담요도 없이. 그냥 사람 품에 편안히 안겨 있는 길고양이는 나 역시 듣도 보도 못했다.


계속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같아서 마트 맞은편 아파트의 정원 후미진 곳에 갔다. 

고양이를 내려놓고 사료봉지 귀퉁이를 뜯어 그 곳에 사료를 부어주었다.

'와그작, 와그작'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두세번을 부어줄때까지 계속 먹어댔다.

고양이의 사료 먹는 소리가 이렇게 좋구나. 이렇게 기분 좋은 소리였구나.

한참동안 사료를 먹는 그 고양이의 곁에서 아들과 나는 쪼그리고 앉아 기분좋은 소리를 한참동안 듣고 있었다.


사료를 충분히 먹었는지 고양이는 기분좋게 그루밍을 했다. 

근데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내 마음이 불안해졌다. 


저러고 가는 건가?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처음 봤던 곳에 다시 데려다 줘야 하나? 혼자 갈 수 있을까?

볼일을 다 봤는데 다시 안겨줄까?여기서 헤어지는게 맞나? 밤에 비도 또 많이 온다는데 잰 어디서 비를 피할까..비가 그칠때까지만 보살펴야 할까. 내 할일은 어디까지지? 여기서 멈춰도 되나? 멈춰야 하나?


이런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는 정원의 수풀쪽으로 가더니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니, 그 고양이인지 아니면 수풀 속의 또다른 고양이인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빠나 엄마가 쫓아와 신신당부를 하는건가, 아니면 아는 친구인데 서로 이야기를 하는건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 둘의 이상한 대화를 이해해 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대화를 들으며 나 역시 이상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료를 준 이상, 이곳까지 데려 온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대화가 끝났는지 다시 고양이가 우리쪽으로 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뭔가 여러군데 노출이 되면 고양이가 놀라 달아나거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고양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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