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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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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Aug 19. 2022

다시 오길 잘했다!

비루코 6화


기대반, 걱정반 도착을 해보니 고양이는 없었다.

안보이니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임지지도 못할껄...귀찮은 책임, 의무를 지지 않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 결혼생활로 충분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시간이 훌쩍 넘어 다시 돌아와놓구선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니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그 긴 시간을 기다려주길 바란걸까. 오분도 제대로 보지 않은 오늘 처음 본 고양이에게? 배고프고, 몸도 성치않은 고양이에게?


빨리 마음을 접고 돌아가야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풀 근처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혹시나 고양이를 발견할까봐 그 자리를 계속 서성거렸다.

그때!

익숙한 울음소리가 큰 길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그 아이였다!! 아직도 이 주위에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우릴 기다린것도 아닐텐데도 꼭 기다려준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어떻게 저 큰 도로를 건넜을까. 

차량이 많은 도로는 아니지만 그래서 제법 큰 트럭들도 불법주차를 하러 많이 오는 도로인데...

순간 절뚝대며 위험하게 이 도로를 건넜을 고양이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사이 별일 없던것이 천운이었다. 

서둘러 길을 건너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우리를 알아보는지 또 병아리처럼 연신 울어댔다.

가지고 간 츄르를 주자 츄르의 비닐봉지를 뚫어먹듯 허겁지겁 먹었다. 

이번에도 고작 츄르 한개밖에 줄게 없었다. 

배고픔을 잊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시 사료를 사기위해 또 고양이를 두고 가기에는 마트까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마트를 다녀오는 동안 고양이가 또 이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리도 만무했다.


그리고 밤사이 또 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렇다. 2020년의 장마는 무척이나 길고 비도 참 많이 왔다. 

한번 비가 오면 얼마나 무섭게 오는지 알기에 이번에 이 고양이를 도와주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해서 마음은 초조했지만 머리는 이상하게도 맑아졌다.


무턱대고 고양이부터 안았다. 마트까지 같이 가서 바로 거기에서 

사료를 주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와 달리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안겼다.

그래서 사람 아이 안듯이 안는게 맞는건지, 이 자세가 사람 아이 안는 자세인건지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처음 고양이를 봤을때처럼 신기하면서도 얼떨떨했다. 고양이가 이렇게 안는다고 가만히 있는 동물이었는지, 처음 본 사람한테도 안기는 동물인지,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독립적인 동물'인 고양이는 어떤 경우를 가리키는 것인지....복잡한 생각과 어정쩡한 자세로 고양이를 안고 최대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행여나 그 사이 고양이가 도망이라도 갈까봐....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익숙한 듯이 가만히 안겨 우리를 따라 마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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