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에필로그

연휴가 끝나고 괴로워하는 K 직장인이 10편의 글을 쓰면서 느낀 점

by 롤로

안녕하세요. 찌들고 지친 직장인입니다 :)

d02939210c95aa04d689fe4ac80bbfadb27dab91 필자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짤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거의 매일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아예 ㅎ 돈 벌어야죠 ㅎ


2025년 5월 6일 저녁. 꿀 같은 연휴가 끝나고 다시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밤. 수많은 직장인들의 심장을 누군가 손으로 움켜쥐는 듯한, 참으로 가슴 아픈 시간이다.

2024년 1월, 백수 탈출에 성공한 '백수 아들'도 이 먹먹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통받는 직장인의 자세로 이 감정을 잊기 위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위해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백수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이고, 동시에 지금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 현생의 괴로움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글을 쓴다는 것, 지금 생각해도 참 묘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 이 감정도 다시 떠올려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마치 그 시절의 막막함과 불안 속에서도 작지만 선명했던 감정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20006702.jpg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의 앨범커버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중 우리 부모님의 최애 작품인데 막상 나는 정주행 한 적은 없었다.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조금 씁쓸했던 백수 생활이 괜히 그리워질 때가 많았다. 그 시간들이 자꾸만 미화된 추억처럼 다가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한 업무 속에서 내가 좋아하고, 재밌게 읽는 글을 쓸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건 내 자부심 중 하나였다. '이러다가 내가 할 줄 아는 걸 잊겠구나' 하는 생각에,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하고 백수 시절을 회고하는 글을 써보자 마음먹게 됐다.


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 전에, 백수 시절에 느꼈던 점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그 시절은 꽤 다양한 의미가 담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기억나는 대로 써 내려가기보다는, 조금 더 정리된 형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꽤 긴 시간 고민해서 프롤로그와 1화를 올리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미처 지나쳐왔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고, 글을 쓰는 재미와 나름의 욕심도 조금씩 자라났다.


글을 멈추게 된 계기도 생각보다 사소했다.
2024년까지 글을 이어가다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준비하게 됐는데, 그 글을 쓰는 동안 백수 시절을 돌아보는 대신,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느낀 점을 쓰고 있었는데 나는 언제 다시 봐도 담백하게 그 시절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퇴고를 거치며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감정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글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회사 일도 바빠졌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2025년 3월, 또다시 처음 글을 쓰게 됐던 것과 비슷한 사소한 계기를 느낀 나는 이번엔 담백하게 2023년의 백수 시절을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더 많이 잊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백수 아들’ 시리즈를 마무리 짓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실현됐다. 고작 한 달 만에 목표였던 남은 4편의 글을 모두 쓰고, 지나간 것은 역시 지나가고 보니, 그런 의미가 있었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가 겪어온 경험에 따라 그 의미도 변한다는 재미난 점을 느끼면서 이렇게 에필로그까지 마무리하게 되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과 소감을 담은 글이, 조금 의외의 결과를 만들기를 바라며

DSCF4645.JPG 최근에 간 계룡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른 봄날, 벚꽃보다 살짝 늦게 피어난 나무의 여린 새잎의 색을 유록색이라고 한다. 난 이 색을 참 좋아한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만족과 유익을 위해 쓴 ‘백수 아들’ 시리즈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나는 아마 이 글을 종종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때의 감정을 돌아보기도 하고, 먼 미래에 내가 글을 더 잘 쓰게 된다면 마치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보며 “이 감정은 공감되지만 글은 진짜 못 썼네…” 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그런 guilty pleasure의 순간을 기대한다.


그리고 아주 조금, 이렇게 지극히 내 취향에 맞춰 쓴 글을 혹시라도 누군가가 읽게 된다면 조금의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혹은 자신이나 지인의 백수 생활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작게나마 위로를 받는, 의외의 결과가 생기기를 정말 아주 조금, 기대해본다.


최근에 산을 오르며 들었던 말이 있다. 봄날, 연노란빛을 띤 연한 녹색을 ‘유록색’이라 부른다고 한다. 막 돋아난 여린 잎사귀, 햇살에 비쳐 투명하게 빛나는 그 색을 설명할 때 쓰인다고 했다.

나는 그 색을 참 좋아했지만 설명할 때마다 늘 긴 말을 덧붙여야 했다. 그러다 ‘유록색’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아, 딱 내가 원하던 뜻을 가진 말이지만 막상 다른 사람에게 쓸 일은 없겠네”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저는 유록색을 좋아합니다" 라고 해봤자 유록색이 뭔지에 대해 다시 설명해야 할테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그 단어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고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누군가가 그 색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는 흔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나 외의 다른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당신에게도 내가 ‘유록색’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처럼 크게 쓸모는 없더라도, 혼자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순간처럼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럼 이제 정말로, ‘백수 아들’ 시리즈를 마치고 다음에는 K-직장인으로서 살아남으며 느낀 감정들을 담은 글로 다시 찾아오겠다.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백수 시절을 돌아보며 쓴 글은 처음엔 사적인 회고였지만,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로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작은 공감이나 위안이 되기를, 때로는 가볍고 은은한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백수아들의 이야기를 마치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담은 새로운 글로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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