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사리 Jan 04. 2024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휴무일은 언제인가요?

+133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꺠닫는다.

직장생활을 하며 느꼈던 여유로움은 근무시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중이다. 후회한다는 것은 이미 늦음을 확신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은 무한정이다. 그렇게 '아프니깐 사장이다'를 되새기고 부족함을 채워 넣으려 발버둥 쳐본다.


'일주일에 5일만 일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었지만 '딱 하루만 쉬자'라는 불성실함이 자신을 나태하게 한다. 매일매일 문을 열어 간판에 불이 켜져 있게 하는 성실함만이 어떤 마케팅보다 최고의 효과이며 고객이 가진 믿음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개업하고 1년을 휴무 없이 보냈다는 사장도 있다. 개업 때부터 꾸준히 매주 1회 휴무를 하는 사장도 있고 가족이나 알바와 함께 일하며 휴무 없이 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혼자 일한다는 것, 배달이나 심부름 외엔 철저히 혼자이며 서빙부터 요리, 세금처리하는 모든 행정까지 다 해야 한다.

휴무는 필수지만 휴무에도 가게를 찾는 이들을 거절할 수 없고 휴무일이라 정하고 가게문을 닫고 장사하는 날에 슬그머니 들어오는 손님을 거절할 수 없는 마음이 강하다.

개업하고 3개월 휴무 없이 보냈다. 매출이 서서히 떨어지던 4개월 차, 시니어 관련 디지털문해교육 일정이 잡혔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며 매주 수요일 하루를 쉬며 낮시간대 교육 일정을 소화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휴무일이었겠지만 나 스스로에겐 휴무 없는 일정들이었다.


다른 핑계였지만 오픈을 미룬 시간들, 5개월 차 매출을 보며 경악했다.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 노력하지 않음에 대한 보상은 명확했다. 

개업초 인생 선배 한분이 말씀하셨다. 

"어떤 상황에서 하루를 쉬든 일주일을 쉬든 고객에게 당당하게 말하세요."

그때는 그분의 말씀대로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매출의 하락세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쉬는 것에 대한 미련보다, 매출의 하락에 대한 미련보다는 꾸준함과 성실함이라는 것에 대한 보상,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1월 한 달은 휴무 없이 매장에 전념하기로 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을 이겨내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12월 대부분의 가정은 가족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연휴를 보냈을 테지만 가족과의 최소한 시간만을 가지며 스스로의 다짐과 계획을 세웠다. 마음을 바꾸면 내일이 바뀐다.

타깃과 초심, 아직도 고객에게 가게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부족함, 보완하기 위한 생각은 고객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매주 한 두 팀정도 콜키지 예약이 들어온다. 어떤 고객들은 그것이 가게에 손해가 아니냐고 하지만 공간이 비워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훨씬 값지고 매력적인 마케팅 시간이다. 또한 상품품을 쌓아두고 느끼는 부담감에서도 자유롭다.



손님이 가고, 로열 브라클라 12년이 남았다.

많은 이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면세점에서 가성비 좋은 스카치위스키로 소문난 로열 브라클라 12년은 1리터의 대용량과 46도의 100%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이다. 사람들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술병의 라벨들을 세세히 확인하지 않는 경향들이 있다. 요즘은 QR코드 덕분에 술의 표시성분과 술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함께 알 수 있다. 그렇지만 QR코드 정보 외에 라벨에 적힌 영어들을 찬찬히 살펴보길 바란다.

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몇 가지 정보를 보면 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로열 브라클라 라벨 아래쪽으로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정보들이 있다. 그중에 'SHERRY'라는 단어가 보인다.

그렇다 로열 브라클라 12년은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이며 쉐리 위스키인 것이다.

'쉐리'라는 것은 포르투갈에서 생산한 쉐리 와인(와인에 높은 주정을 첨가해 특유의 높은 도수의 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스키와 와인은 분명히 다르다. 위스키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스카치위스키, 미국의 위스키는 버번위스키, 아일랜드의 위스키는 아이리쉬 위스키, 일본 위스키, 캐나디안 위스키 등등 다양하고 맛과 향에 있어서도 확연히 다르다.


듀어스 공식홈페이지 캡처, https://www.dewars.com/double-aged-whiskies/

로열 브라클라는 단독브랜드 같아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정통 스카치위스키 듀어스의 제품이다. 스카치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숙성시키는 과정에 블렌디드와 향첨가가 가미된다고 한다.

로열 브라클라 12년은 초반에는 오크통 숙성이지만 후반부에 쉐리캐스크라는 쉐리와인을 숙성시켰던 통에서 한 번 더 숙성시킨다. 그렇게 향과 맛이 달라진다.

이 과정에 싱글몰트에 쉐리와인의 달달한 맛과 향이 추가되어 묘한 매력이 더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도수가 높은 술을 먹으면 숙취도 강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건 개인차가 크다. 그러나 술의 특성과 첨가물, 향과 맛에 따른 차이도 있고 안주와 같이 마시는 사람들과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손님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초심을 기억해 본다.

덕분에 듀어스 공홈에 링크된 글들을 읽었다. 예전에 미쳐 있었던 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해 보며 술은 마시는 것만큼 그 종류를 알고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마음을 기억했다.


덕분에 한 걸음씩 오늘은 걸어본다.

내일 뛰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걸어야 할 만큼의 목표는 채워놓고 뛰려고 한다.

문득, 지난주 과음 덕분에 '성실함을 잃었다'는 단골 고객의 말씀이 떠오른다.


성실함을 기억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려 한다.

2024년 갑진년, 값지고 귀한 청룡을 타고 날아가려 한다.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듀어스 공식홈페이지

https://www.dewars.com/double-aged-whiskies/


로얄 브라클라 12년 정보가 공개된 홈페이지

https://www.dewars.com/nutritional-page/?ean_code=7640171035512&geo_locale=en-GB&country=kr&date=1703915760

이전 06화 예측할 수 없는 것과 준비해야 하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