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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Jun 20. 2024

이간질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남의 떡은 늘 그렇게 커 보입니다.

초심을 부르짖는다는 것은 초심을 잃었다는 역설의 진실이다.

알면서도 계속 초심을 찾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고 초심이라도 잡고 있어야겠다는 강력한 마음, 매일을 다 잡지만 체력은 늘 내 마음과 다른 방향으로 달음박질을 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버텨야 한다는 마음은 늘 교차하듯 아무도 모르는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오늘도 수고했어를 외치지만 역시 부족했던 것들과 늘 그렇듯 버틸 여력이 없어서 도망을 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자 한다면 버텨야 한다.


4월, 5월은 최고 매출의 반토막을 찍었고 6월 매출은 반토막의 반토막이 안된다.

을 열고 있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고 문을 열었는가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벼랑 끝에서 어떤 노력을 했던가.

없었다.

아니 노력을 하기는 했으나 지치고 있었고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듣는 말은 걱정이 앞서는 채근이었다.

지친다. 그래서 연장자의 조언이 싫었다.

조언이라 하지만 채근의 채찍질일 뿐이었다.


그래도 매일 가게를 지켰다.

매일 아무 의미 없이 노력 없이 지키는 것이 지칠 때쯤 늘 목표하고 바라왔던 분야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원래라면 나의 목표는 식당 창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에서는 차선책이 필요했고 그 차선책이 식당 창업이었다.

이제는 창업의 쓴맛을 꼽씹으며 매일 가게를 지키다 보니 무의미하게 흐르는 시간보다는 늘 준비했던 또 다른 목적을 위해서 준비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너무도 쉬웠다.

지금까지 왜 이리 돌아왔는지 의문스러웠을 정도였다.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고 해서 식당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영업시간 조절과 정비 시간을 갖기로 한 것뿐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영업이나 마케팅 홍보는 잠시 미루기로 했다.


"에휴, 이놈의 농번기가 끝나야 장사가 되지."

거래처 한 곳의 사장님이 답답하신지 툭 던지는 말이 답답한 가슴을 젓가락으로 뚫어주는 것 같았다.

세상에 돈은 넘쳐서 흐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정된 재화 속에서 돌고 도는 것이다. 돌고 도는 이 돈의 생태는 어느 한 곳에서 멈추면, 특히나 내가 살아가는 구례처럼 작은 곳에서는 바로 멈춤이 나타난다.

매출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매장은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오랫동안, 최소 10년 이상 장사를 했거나 꼭 먹어야만 하는 식당이라면, 소위 맛집의 검증이 되었고 꼭 먹어야 하는 식사류를 파는 곳일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주 고객층의 돈의 흐름이 농번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거나 지갑의 사정이 주위의 흐름에 전혀 영향이 받지 않는다면 그들은 늘 안정적인 씀씀이를 보인다.

결국 피라미드의 상위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손님은 돌고 돈다.


그리고 손님은 말을 옮긴다.

한 번은 방문했을 테다.

우리 가게에 와본 적은 있으나 최근엔 온 적이 없는 손님, 그 손님은 어떤 가게에 가서 그랬단다.

"좀 전에 거기 갔다 왔는데 자리가 없더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초저녁 손님도 없고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닫고 나가서 매출은 구경도 못했고 지나가다 구경 오는 사람도 없었다.

어떤 사람일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저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간질은 하지 말고 방문하지 않는 가게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안 그래도 구례에 지쳐가는데 마음까지 멀어지게 안 했으면 하고 바란다.

사실 생뚱맞은 이간질을 듣기 전에는 그래도 손님을 기다리는 행복이 있었다.

오늘은 없더라도 내일은 가득할 테니, 기다리는 설렘도 있었다.

그런데, 이간질이라니....... 갑자기 피곤하고 지쳐진다.


날이 더운 건가.?



춢처 픽사베이, Ulrike 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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