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미쳤다 정신줄이 사라졌다
매일 손님을 기다리며 밥을 지었다.
365일, 1년을 꼬박...... 쉬는 날 40여 일을 빼고는 밥을 안쳤다. 어떤 날은 2번, 3번도 지었으니 365번이 넘을 수도 있겠지. 이 정도면 초보사장이라도 밥 짓는 데는 초보가 아니지 않은가.
너무도 익숙해지면 숨을 쉬고 있는지 몇 번을 쉬는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당연하게, 당당하게 스스로를 고수라고 인정해 버린다.
하루는 쌀을 불려놓은 채 마감을 했고 불린 쌀을 냉장고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 기억났을 때는 어차피 내일 일찍 가게에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괜찮다고만 생각했다.
다음날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문을 열었고 무덥지 않다고 생각했던 날씨는 무더웠던 것 같다.
가게는 늘 서늘한 편이니 괜찮을 것 같았다.
사람은 착각을 자주 한다.
자기 입장에서만 자신이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결정했다.
안일하고 멍청했었다.
불린 쌀은 다른 날보다 좀 통통해져 있었고 쌀 뜬 물의 색은 평소와 조금 달랐었다.
'에이, 설마?'
불려진 쌀의 냄새는 이상하지 않았었다.
순간의 양심을 팔아버린 것일까.
멀쩡한 음식이 버려질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 하기엔 모호한 경계, 그 안에서 갈팡질팡 쌀뜨물은 모호했었다.
늘 그렇듯 쌀을 솥에 담고 불을 댕겨서 밥을 지었다.
쌀이 익어가는 소리는 매일과 다르지 않았으니 어제와 다르지 않은 쌀밥이 지어지겠지.
자만했었다.
작년과 올해의 날씨는 너무도 다르다.
5월부터 한 여름이 되었고 6월 한낮의 기온은 25도가 넘어 30도를 넘나 든다.
흐르는 물은 차갑지만 고인 물은 끓어 넘친다.
상온의 온도에서 끓어넘치다니 개구리가 끓는 물에 서서히 삶겨 죽어가는 것을 모르듯 쌀의 변화도 그러했었다. 불린 쌀은 상해 있었다.
자만에 가득 찬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변화, 찾을 수 없었다.
다 된 밥은 향이 다르고 맛이 미묘하게 달랐다.
'에이, 설마!!'
밥이 쉬었다.
초심을 잃었다.
밥집사장이 쉰 밥을 하다니, 이건 정말 기록이다.
매일매일이 기록이었는데 이런 병 X 같은 기록을 세우다니 새로 지은 밥은 쉰밥이었다.
갓 지은 쌀밥의 갈 곳은 밥상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통이었다.
괜찮다.
쉰밥을 지어서 손님상에 올리는 미련한 짓은 안 했으니깐 진짜 초보도 안 할 멍청한 짓을 안 하게 돼서 참 다행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ally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