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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May 30. 2024

농번기라서 손님이 없어요.

애태우지 말고 살아...

지난달의 여파인가.

손님이 없다.

아무것도 팔지 못하는 날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적은 손님과 매출에 기대이상(?)의 놀라움으로 속상하기도 하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속 소문은 참 이상하고 재밌다.

손님이 없는 날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지만 손님이 한 팀이라도 있어서 왁자지껄한 날에는 대박이 났다고, 손님이 많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간다.


손님 없다고, 장사 안된다고 소문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속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행이라면 이곳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다는 것, 최대의 난제이며 문제라면 장사 말고도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몇몇의 사람들은 내 사정을 알기에 이해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이 해준다.


본질은 하나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버둥버둥거리는 것이다.

척박한 모래사막 같은 곳이 되어버린 과거의 망령 같은 시장길 초입, 가게 주변은 휑할 뿐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오래된 집들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주차장이 세워지고 주변은 더 쾌적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휑해지고 상권이 죽어간다.

상권을 살리고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주차장을 만들었다는데 상권은 더 죽어만 간다.

테이블 3개, 작은 가게는 더더욱 후퇴되는 것 같다.


나의 실력이 부족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고 해답을 찾아보는 중이다.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가게가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외부에 간이테이블을 펼쳐 놓았더니 주변에 익숙해진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와 쉬고 간다.

낮에는 주변에 사 온 음식들을 한가득 모아놓고 드시기도 하고 때때로 갑자기 사 오셔서 함께 먹기도 한다.

김밥과 어묵탕, 떡, 커피 등등 덕분에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은 확신을 만든다.

음식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함께 하니 더욱 맛있고 행복한 배부름이 가득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람들의 기본 반찬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정'이다.


혼자 먹으면 입맛이 더 없다고 말씀하시는 동네 어르신, 화려했던 시장은 조용해졌지만 그 시절 영광을 누렸던 몇몇 가게들은 남아서 여전히 사람들을 손짓한다. 가게만큼 오래되어버린 우정과 상도덕, 길을 지켰던 젊음이 노년의 우정이 되었다.


노년의 우정은 때때로 숭고해 보이기도 하고 나이듬과 함께 담배도 맛깔나게 태우시고 식재료와 음식 조리법에 대한 확실한 열정도 알려주신다. 그들은 이 거리의 위대한 승리자이며 삶의 기록자이다.

그들의 우정 사이에 끼인 새파란 어린 것(?)은 그들에게서 삶의 진리를 받아올 때가 많다.


간이테이블은 농번기로 인해 손님이 뜸한 어느 날부터 쉼터가 되었다.

목적이 명확한 걸음걸이지만 삶의 누적된 시간으로 인해 팔다리가 노쇠해 버린 그들은 지나가다 지친 몸을 쉬기도 하고 물을 마시고 가기도 하며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 잠시 멈춰 기대기도 한다.


한낮의 땡볕이 무더운 여름을 예고하고 오이와 애호박의 파지가 넘친다는 것은 햇볕의 강렬함의 결과였다.

농번기라 사람은 사라졌고 농산물은 넘쳐나고 있다.

농번기와 장사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그들의 순환이 시골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시킨단다.

젊은이와 직장인이 거의 없는, 다른 말로 공무원과 농사짓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경제 생태계를 움직인다.

그들의 움직이 정체되는 순간 돈맥은 멈춘다는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아래 새벽부터 해질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는 그들을 강제로 이끌어 낼 수는 없다. 


해가 지면 모두가 한가해진다.

거리는 더욱 한가해지고 가게 앞은 고양이를 피해 달려 나온 바퀴벌레뿐이었다.

잠을 잊은 어르신이 나를 보고 반기듯 간이테이블에 앉는다.

어르신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르신이 익숙한 한마디로 나를 토닥인다.

"애태우지 말고 살아~"


삶과 운명에 대한 모든 진리, 흔들리지 않는 정신(멘털)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용기를 준다.



사진출처 Pixabay, Michell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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