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쉬고 냉장고 식자재도 쉬고.
길거리 가로수 사이로 특이한 나무들이 보인다.
아버지가 항상 '짜구나무'라고 부르시길래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정식 명칭은 '자귀나무'였다.
여러 가지로 참 우아한 필요성을 가진 나무였는데 어떻게 부르느냐, 누가 어떻게 가르쳐주느냐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짜구나무 아니 자귀나무는 낮과 밤의 꽃잎모양이 달라진단다.
마치 9 to 6, 칼퇴근의 상징 같았다.
부럽다.
나무도 하는 칼퇴근을 자영업을 시작하고는 못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면 다 내 마음대로 열고 닫고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환상 속에 존재하는 파랑새 같은 것이었다. ㅜㅜ
무더울수록 자귀나무의 자태는 시원스러워 보인다.
어찌 보면 야자수들이 모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꽃이파리가 하늘거리는 게 부채가 움직이는 시원함 같기도 하다. 그런데 볼 수록 나는 서러워진다.
장사는 내 맘 같지 않고 날은 덥고 며칠 쉬는 것은 좋은 냉장고 식자재도 쉰다.
아.... 그렇게 냉장고 정리는 쉬는 날에도 해야만 한다.
장사하는 날은 바빠서 냉장고 정리가 빠지고 식자재 정리하다 보면 손님 오고 쉬는 날, 전날은 쉬는 것에 행복해서 기대감에 정신줄이 내일로 먼저 가버려 또 쉰다.
그래서 쉬는 것은 난데 냉장고 식자재도 같이 쉰다.(?)
테이블 꼴랑 3개,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도 손님이 없으면 사장은 정신줄을 놓고 싶어 진다.
그런데 대형식당들은 어떠할는지.
속이 터지겠지.
내가 쉬면 안 버린 식자재가 쉬는 건 당연하데 왜 그리 학습이 안되는지 짜꾸나무처럼 규칙적이어야 하는데 난 아직 배울게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스승이 참 많다.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 배울 게 있고 단골손님에게도 배울 게 있고 안 받고 싶은 진상 손님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 그들을 보면서 진짜 내가 해야 할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니 이 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멀리서 보면 다 이쁘고 좋다.
심지어 부러워 보이기도 하다.
남들이 볼 때는 매일 장사 잘되는 대박집으로 보인다니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내 속은 썩어 문드러진다.
그래 안되고 파리 날리고 있는데 대박집으로 보인다 하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자귀나무든 짜구나무든 이름은 상관없다. 나에게 위안을 주고 위로가 되는 나무니깐 그냥 좋다.
며칠 뜨문뜨문한 매출에 속상해할 필요 없는데 일희일비(一喜一悲)에 목숨 걸었었다.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하려고 마음먹으니 생참치 매입이 떴다.
내일과 모레, 주말은 생참치로 고객을 유혹해야겠다.
자귀나무 덕분에 힐링도 하고 마음도 비우고.... 그랬더니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네요..
늘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고마운 고객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