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하고 오실래요?
한 가지 메뉴가 슬슬 지겨워지는 거 같다.
그래서 요일별 메뉴를 만들어봤다.
평일은 채식으로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고 금요일은 돼지 앞다리로 만든 소금 수육, 토요일과 일요일은 간편한 김밥을 판매하기로 했다.
주말저녁 김밥,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
당분간은 10줄씩만 만드는데 나름 완판이다.
결국은 틈새시장만이 살길이다.
맛집 아닌 맛집.
연령에 따라 만족도가 다르니 맛집이 아니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음식 타박(조언?)하면서도 오시는 손님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매일 고민한다.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까.
다들 장사가 어렵다고 경기가 어렵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이제 1년 차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해답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이 좋아서 아직은 멈출 수가 없다.
게다가 나름의 1년 전 손님이 오시고 분기마다, 특정 기간마다 찾아오는 분들이 생겨났다.
나는 정에 약하다.
아니 사람을 그리워한다.
30년 만에 만난 동창이 반갑고 길에 오가며 마주치고 인사 나누는 동네 어르신들도 좋다.
조그만 가게가 신기해서 쳐다보고 가는 사람들도 재밌다.
매일매일 생각한다.
올해까지만 운영할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 덕분에 웃다가 마음을 접는다.
그렇게 갈대처럼 팔랑거리는 변덕으로 버티고 있다.
일단은 하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그게 내일일지 모레일지 올해를 못 채울지 내년이 될지 어쩌면 영영 못 그만둘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모르는 답이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손님들 가운데 나이가 지긋한 신사분들이 계신다.
그들은 나이만큼이나 점잖고 매너 좋은 분들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한 동무들과 함께 하면 2-30대 짓궂은 청년들과 다를 바 없다.
마음은 청춘인 것이다.
그들을 보며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나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시간과 관계없이 처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될까.
처음의 만남과 느낌, 시간의 공유는 우리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한다.
때론 추억속에 갇히기도 하고 잠기기도 한다.
머무르고 싶지만 머무를 수 없는 과거이다.
소금 수육을 삶으면서 생각한다.
예약제로 판매하고 싶었는데 늘 나의 생각과 다른 결과물들과 방문객들.
먼 훗날 지금의 이 손님들이 예약하고 만날수 있을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나는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