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도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합니다.
기분이 울적해질 때면 걷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걷고 또 걸으면 모든 것이 정화되는 것 같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지극히도 개인적인 이유로 공간이 필요했었고 이제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이유로 공간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마음이 부서졌고 믿음이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불안한 일상에서 나를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힘이었었는데 이젠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다시 한번, 또 매일 눈을 뜨면 믿어보려 했습니다.
무심하게도 번번이 깨지고 조각나 부서져 모래가루보다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내려놓고 애꿎은 장사마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공은 쏘아 올려졌고 마음은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믿는 이들에게 진실의 마음을 공유했고 그들의 지지와 확신을 얻었습니다.
오랜 정이었고 일부였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애꿎은 공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한다고 주변에게 동의를 얻고 마음을 얻는 과정에도 새로운 손님이 들어와 마음을 나누고 갑니다.
술 한잔과 대화 한 모금이 깨복쟁이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는 '탁란'을 하고 거기서 자란 뻐꾸기의 새끼는 제일 먼저 태어나 둥지의 진짜 새끼들을 죽인다고 합니다.
내가 만난 뻐꾸기는 탁란을 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둥지를 점령하려 했으나 아무것도 갖지 못했습니다.
우울하고 두려웠던 마음이 나비가 되어 날아갑니다.
잠시 문을 닫고 사람을 만나고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니 잊었던 나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어둡고 초라해졌던 과거를 잊었는지 다시 만난 그림자는 명확하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둠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잠시만 참으면 스스로가 몸을 감추게 됩니다.
이제는 눈을 뜨고 마음을 달래고 날개를 더욱 넓게 펼쳐보려 합니다.
뻐꾸기 때문에 잊었던 나의 모습은 창공을 나르던 커다란 독수리입니다.
검고 커다란 날개를 길게 펼치면 1미터가 훨씬 넘으며 네발짐승 한 마리쯤은 너끈히 사냥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장사를 접었지만 내일은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후임을 찾고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며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입니다.
12월까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만약 못 찾는다면 장소는 새로운 곳으로 바뀌겠죠.
사람을 만나며 큰 힘을 얻었고 지인들에게 해주던 맛있는 음식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던 슬픈 사실에 혼자서 실망하고 또 울었었지만 이젠 모두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마음의 남은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보았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까지 예전처럼 음식으로 가득했던 이야기들을 남기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