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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Oct 27. 2024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술보밥상의 하루를 마감합니다.

매일을 후회 없이 보냈고 또 뒤돌아 볼 틈도 없이 달려왔다.

마지막이 정확히 정하진 않았지만 끝이라 생각하고 하나씩 정리하며 새벽길을 걸어 나오다 보니 생각이 깊어진다. 거리의 안개, 문닫힌 식당의 새벽녘 도마소리, 불 꺼진 거리, 순찰 중인 경찰차, 조용히 새벽을 걸어 가게 입구로 들어서니 내게 남은 것은 허무함이다.

장사의 고단함이 아니라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보여준 배신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보여주던 것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늘 그렇듯 최악의 상황이 되면 알게 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불편함이었던 사람들, 또는 미안하게 생각해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이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음의 응원과 실질적인 응원.


가장 믿었던 남의 편은 진짜 남이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빈말을 던졌고 그 말조차 진실로 믿어오셨던 부모님은 가장 빨리 손을 뻗어주셨다.

늘 내편일 것 같았던 남의 편은 진짜 남이었다.

1년여간의 식당운영은 득이 많았지만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건물주는 이후 세입자가 식당이 되는 것을 거부했고 식당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새로운 세입자는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어쩌면 당장 내일이 될지 모른다.


오프라인의 술보밥상은 사라지지만 온라인에서 술보밥상은 새로이 준비 중에 있다.

1년여간의 실제적 경험은 많은 배움을 알게 했다.

건강과 심적 안정을 위해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혼자만이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틀 안에서 부부는 삼각경기의 경주자이다.

4개의 다리가 아닌 두 개의 몸에 3개의 다리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삼각경기였다. 삼각경기에서 살아남으려면 혼자만 끌고 나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삼각경기는 실패했다.

다행히도 실패가 실패가 아니었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고 있다.


개업도 힘들었지만 폐업도 어려운 것 같다.

사람에게 들었던 정이 깊다.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보냈던 손님들도 있고 그 사이에 가족들은 아늑했을 테지만 나에게 남은 건 등 돌린 채 나를 캐시로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나는 아닐 거야.'라는 오만함은 인정하고 받아들였어야 할 진실들을 잠시 덮어두었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내겐 홀가분을 만들어줬다.

더 많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사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돈을 좇으면 돈이라는 것은 발이 있어서 도망을 가고 미래를 쫓으면 돈이 따라온다고 했다.

그동안은 가족을 위해 돈을 좇았다.

덕분에 남은 건 가족도 돈도 아니고 사람과 우정이 남았다.

이젠 사람과 우정을 믿고 미래를 따라가려 한다.

한걸음 두 걸음 조금씩 걷다가 이제 곧 뛰어갈 것이다.

며칠 생각이 많았다.

1년 동안 가장 많이 보고 대화했던 정육점 사장님이 소천지를 한가득 주셨다.

덕분에 선짓국을 처음 끌여보 앗다.

그동안 조리과정들이 쌓인 덕분인지 재료 손질과 국 끓이는 기술들이 잔뜩 늘었나 보다.

처음인데도 꽤 맛있게 끓여졌다.

담백하고 깔끔하고 맑은 국물에 쫄깃하고 신선한 선지가 가득 차 내 마음까지 따뜻한 충전이 되었다.

따스함은 주변도 같이 채워준다.


개업을 준비하면서는 늦은 밤을 걸었지만 폐업을 준비하면서는 새벽을 걷고 있다.

그동안 미숙한 술보밥상을 찾아주시고 기억해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다시 또 여러분을 만난다면 새로운 이야기와 즐거움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의 앞날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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