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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Mar 22. 2023

오래된 노트를 발견하다.

2000년도 감성의 자작시(poem) - 지금

지금


강바람인가 싶더니

어느덧 바닷바람


산바람인가 싶더니

어느덧 밤바람


강바람, 산바람 따라

바다까지 흘러온 나는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

바람 따라 여까지 오니

어느덧 밤바람에 슬퍼 우는 새가 되었네

혼자 떠돈 지난 시간에

이젠 지쳐 쉴 곳을 여기로 정하고

언젠가 물줄기를 거슬러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나......

어디가,

어느 곳이 정말 내가 머물 곳인지.


1999-2000년도에 사용했던 노트. 



아주 오래전에 써놓았던 글.

시를 마지막으로 쓴 것이 2000년도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IMF를 겪고 가진 것이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혼자서 생각만 많아졌던 스무 살,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데 글은 무엇이고 학교는 무엇인지

현실이 내가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던 날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까슬까슬한 마음으로 써놓았던 글.

이젠 추억이 된 듯하다.

이렇게 마주할 수 있다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때 감성인데 꽤 괜찮아 보인다.

오히려 지금의 글이 더 별로인 것 같다.



중학교 때 교내 백일장이었던가.

관에서 주관한 지역 백일장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으로 시를 써냈는데 덜컥 입상을 하고

과연 내가 쓴 것인가 베낀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참으로 큰 상처였다.

그리고 그 뒤 나는 글을 멀리했다.

간간히 쓰긴 했지만 흥미를 잃었었다.


감성이 넘치던 스무 살,

2000년대 감성으로 써놓았던 글을 오래된 짐보따리에서 찾았다.

버리기 위해 옮겨 적다가 노트를 꼭 버려야 할까 아니다 그냥 갖고 있을까.

내 마음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사실 다르지 않다.


시와 관련해서 중학교 때 선생님을 찾고 싶은데 찾을 길이 없다.

유일하게 미래에도, 언제가 내가 글을 쓰며 살 것이라는 것에 믿음을 갖고 있었던 선생님이었다.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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