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성년의 날이 아니었었나. 세계인의 날이라니 성년의 날은 5월 15일, 스승의 날과 같단다.
지금까지 5월 20일이 성년의 날인줄 알았고 그다음 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부부의 날과 성년의 날을 연달아 기억하며 날짜에 대한 기억 오류가 생긴 것 같다.
이 오류가 언제 생겼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오래되었다는 것 아닐까.
가끔씩 엉뚱한 생각을 한다.
나는 엉뚱하고 황당한 몽상가이다.
길을 지나가는 커플을 보면 친구일까 부부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은 필요이상으로 친밀한 커플을 보면 불륜이나 재혼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정말 맞는 말일까.
오류는 없는 것일까.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궁금해 미칠것 같다.
20대에 젊은 커플, 딱 봐도 20대다.
왜, 어떻게 아냐고? 피부가 다르다. 꿀피부에서 보이는 그리고 삶의 의욕에서 보이는 아우라가 다르다. 그들은 많이, 자주 웃는다. 게다가 아주 열정이 넘치는 표현을 한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땀띠날 거 같은데 떨어지질 않는다.
그들은 확실히 사랑하는 커플이다.
그런데 나이 많은 커플은, 특히나 부부는 어떻게 부부인 줄 확신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부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
가끔은 부부가 아닌데 부부인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곰곰이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
박소현님, 출철 픽사베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어쩌면 술, 담배, 커피 금지 이후 감각들이 예민해졌다고 믿고 싶어졌다. 후각 역시 예민해졌고 가끔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향기를 맡는다. 때때론 체취이기도 하고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일 때도 있다.
그래, 어쩌면 부부와 커플의 경계를 찾는 것은 냄새가 아닐까?
부부는 함께 생활하고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한다.
부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관계를 갖는다. 대화도 나누고 각자의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자신만이 가진 바이러스도 나눈다. 외부적, 내부적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 부부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아도 비슷해서 닮아가기도 한다.
일요일 점심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선다. 부부의 날인줄 잘 모르는 남편에게 앞서거니 뒤서 거니 투덜대며 함께 길을 걷는다. 바람이 남편을 스치며 나와 같은 빨래 냄새가 난다. 향수를 뿌려도 담배 냄새와 함께 내 옷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그래 아마도 냄새가 힌트인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커플을 보았을 때 부부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은 빨래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같은 샴푸냄새와 비누냄새, 그것들이 커플이 얼마나 친밀했는지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절대 감출 수 없는 냄새, 후각이 둔감해졌다고 해서 냄새를 못 맡는 것은 아니다.
조금 못 느꼈을 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친밀한 지 호르몬에서 나오는 숨겨진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닐까.
같은 냄새가 나는 남편에게 오늘은 부부의 날이라고 10번을 말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전과 같은 주말을 보냈다.
같이 밥을 먹고 다투고 또 따로 잠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 사는 부부이다.
작년부터 계속 부부를 어떻게 구별하는 것일까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혼자 궁금해하고 또 추측해 보고 그렇게 결론을 내보았습니다.
세상에는 숨길 수 없는 게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아무리 좋은 향수라 해도 세상의 모든 냄새를 가릴 수 있는 특별한 향수라 해도 부부만이 가진 냄새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부부의 날, 특별한 축하도 없었고 수고했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없었지만 우린 늘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투덜대며 서로를 노려봅니다. 아마도 우리 부부는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