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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Apr 07. 2024

속 시끄러울 땐 비워야 산다.

모두 치워버리자.

나에겐 이상한 버릇이 있다. 속이 시끄러울 때나 스트레스로 고통받을 때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도 전부 싫은 것이다. 며칠 전부터 행거를 계속 바꾸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도 핸드폰으로 연신 쓸만한 행거가 있는지 찾았다. 내가 이런 건 또 잘 못 고르고 못 지르는 성격이라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드디어 주문을 했고 오늘 왔다.


집에 있던 행거는 거의 부서지기 직전의 행거였다. 그래서 진즉에 바꾸고 싶었다. 보기에도 산만하고 꼴사나웠다. 조립 끝에 새 행거로 바꾸고 나니 그럴듯해 보인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외관상 괜찮아 보이지만 쓸 때마다 흔들리는 것이 어딘가 부실했다. 하필 조립하다 볼트를 하나 잃어버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조금 더 큰걸 사야 하나 싶었지만 지금 내 방에는 딱인 것 같다. 좁은 방에 자리가 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안 입는 옷을 이참에 버리기로 했다. 옷 버리기 운동도 며칠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버렸다. 미련 없이 버렸다. 몇 년째 가지고만 있던 옷, 언젠가 입겠지 하며 보관만 하고 있던 옷, 보풀이 일어난 옷, 과거의 안 좋은 추억이 있는 옷 등 별 옷이 다 나온다. 이 옷들은 이제 내일 분리수거함으로 직행이다.


내친김에 책상도 정리했다. 몇 년 동안 쓰지 않던 독서대를 정리했다. 먼지만 쌓여있던 독서대. 그 독서대에는 책은 올려놓지 않고 꼭 해야 할 일과들을 적어놓고 포스트잇으로 붙여놓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몇 해동안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독서대의 운명은 끝났다. 없애니 책상이 한결 넓어 보이고 트여 보인다.


이렇게 방을 하나둘씩 정리하니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기분이 좋다. 비우는 자세와 비운 후의 그 기분. 묵은 때를 벗긴 기분. 뭐라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많고 고민이 얽히고설킬 때 방을 청소하자. 여력이 되면 집청소를 하자. 정신이 못 견딜 땐 아주 대청소를 하자. 그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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