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장면을 보았고
같은 이유를 떠올렸지
왜 그가 그렇게까지 했는지
서로 다른 말로 같은 걸 말했지
이미 알게 된 것들은
더 설명이 필요 없었고
말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닳는 걸 느꼈지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이미 이해했으니까
이미 보았으니까
여기까지
더 말하지 않기로
여기까지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기로
선택은 끝났고
책임은 남았고
그다음은
하나님 앞에 놓기로
포기한 게 아니라
내려놓은 거야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선을 그은 거야
아직은 같은 층이 아니고
지금은 같은 언어가 아니야
이 자리에서 더 말하면
서로를 다치게 할 뿐이야
그래서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을 하며
자기를 보게 돼
여기까지
설명하지 않기로
여기까지
옳음을 밀지 않기로
내가 할 몫은 여기까지
네가 할 몫은 너의 길
우리는 각자
하나님 앞에 서기로
말하지 않는 선택도
사랑일 수 있고
침묵하는 판단도
지혜일 수 있어
지금은 때가 아니란 걸
몸이 먼저 알았어
그래서 멈췄을 뿐
등진 건 아니야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
이미 본 건 충분하고
이미 말한 건 남았으니까
우리가 다시 말할 날은
층이 조금 더 올라간 뒤
그때까지
하나님이 보시게
여기까지
그리고 다음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다시 선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