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을 찾기 전
먼저 길이 되어 오신 분
내가 부르기 전
이미 내 이름을 아신 분
광야라 부르던 자리
마른 흙뿐인 그곳에
조용히 발을 디디신
당신의 그림자
내가 붙든 줄 알았던
그 믿음의 끝에서
붙들려 있었던 건
나의 손이 아니라 당신의 손
나는 당신을 향해
올라가는 자가 아니라
이미 내려오신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
비어 있는 이 자리도
당신의 숨이 머무는 곳
공백 속에서도
나를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
내가 탑을 쌓을 때도
무너진 돌 위에 앉을 때도
말없이 함께 계셨던
기다림의 눈빛
내가 나를 증명하려
밤을 밝히던 시간에도
조용히 새벽을 여신
빛의 손길
내가 돌아선 순간에도
길은 사라지지 않고
언약처럼 남아
나를 다시 부르네
나는 당신을 향해
증명하는 자가 아니라
이미 사랑받는 이름으로
불린 사람
겨울 같은 시간도
당신의 계절 안에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자라게 하시네
내 힘은 모래처럼 흩어지고
결심은 바람처럼 식어도
당신의 언약은
흔들리지 않네
내가 붙드는 신앙이 아니라
나를 붙드시는 은혜
그 위에 오늘도
숨을 얹는다
올라가지 않아도
이미 품 안에 있고
찾아 헤매지 않아도
먼저 와 계신 하나님
나는 오늘
당신 안에서
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