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겪는 모든 경험은 다 우리를 위해서다.

일상의 깨달음

by 밝을 여름

"어떻게 한 사람도 관심을 안 가질 수 있지? 그 많던 재산들, 누구 한 명이라도 나서서 지켰다면 이렇게 다들 고생하면서 안 살았을 텐데."


남편은 푸념하듯 어머님께 불만을 쏟아다.

어머님은 남편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이내 말씀하신다.


"몰라서 그렇지."


어머님의 말이 뭔가 본인 성에 안찼는지 조금 더 커진 목소리로 남편이 또다시 얘기한다.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삼촌들이 안 하면 이모들이라든가, 아니면 이모부, 아빠라도 나서서 재산 지키려고 행동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었다니."


이번에는 어머님도 아까와는 다르게 목소리를 조금 높여 얘기하신다.


"몰라서 그랬지. 무지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못살았던 적이 없어서 그런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몰랐어.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네 할아버지(어머님 아버지)가 돌아가실 줄 알았겠니? 난 태어나서 그리고 결혼해서도 몇 년 동안은 고생해 본 적이 없어. 어렸을 때도 집에는 늘 일하는 사람 있었고, 유모가 키워줬고, 못살았던 적이 없었어. 그러다 네 할아버지 갑자기 돌아가시고, 네 아빠가 회사에서 나오고, 그때부터 고생한 거지. 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너희들도 나도 고생 안 하고 살았을 텐데."


대화를 주고받으면 받을수록 서로 열불만 나는 상황임에도 남편은 멈출 생각이 없다.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돼. 몰라서 그랬다면 돈을 많이 써서라도, 유명한 변호사를 고용해서라도 그 재산을 지켰어야지."


회사 다니면서 말빨만 는 남편에게 도저히 상대가 안되는지 어머님은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당신의 말에 힘을 실어달라는 듯 도움의 눈길을 보내신다.


이 의미 없는 대화에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 남편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여보~ 여보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잘살았어봐 봐. 여보는 분명 명품사고 외제차사고 엄청 사치했을 거야. 근데 어렸을 때 부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살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이 생긴 거고, 남들보다 일찍이 재테크에도 눈을 떴으니, 이렇게 번듯한 내 집도 마련한 거잖아. 30대 중반에. 그것도 수도권에 말이야. 여보는 자수성가한 거야. 30대 중반에, 수도권에, 내 집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러니 오히려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남편은 내 말을 듣고는 살짝 한풀 꺾인듯하더니, 이내 다시 툴툴거리며 한마디 덧붙인다.


"은행에 빚이 얼만데..."


난 영양가 1도 없는 이 대화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로 한방을 날린다.


"세계적인 부호인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 그 사람이 어느 날 신문기자가 부자가 된 비결을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잖아. "


반드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난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제야 남편은 더 이상 말이 없다.




「평생에 한 번은 꼭 채근담을 읽어라」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가난은 잠깐 동안의 시련이고, 풍요는 반드시 '가난'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얻어진다.


가난이든, 시련이든, 고통이든, 살면서 겪는 모든 경험은 다 우리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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