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한이는 엄마인 나에게 특히 자상하고 다정하다. 아이한테 자상하다는 표현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한이랑 같이 생활하다 보면, 그냥 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한이는 늘 내 기분과 나의 상태를 자상하게 물어봐준다.
내가 몸이 안 좋은 날에는 "엄마 괜찮아?"하고 꼭 나의 상태를 세심하게 물어본다.
내가 무표정일 때는 "엄마, 웃어봐! 난 엄마가 웃을 때가 좋아."라고 내가 웃을 때까지 저 말을 멈추지 않는다.
잠 자기 전에는 "엄마 잘 자. 아빠 잘 자. 동생도 잘 자. 우리 가족 모두 잘 자. 좋은 꿈 꿔. 사랑해."라는 말을 꼭 한다. 그것도 몇 년째 계속.
자상한 성격이다 보니, 표현도 아주 적극적으로 잘하는 편이다. 특히 나에게 그렇다.말도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 감동을 넘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을 느낀다.
오죽하면 대한이가 나에게 한 감동적인 말들을 나는 '아들의 명언'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내용은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서 적어두기까지 했다. 예쁘게 말하는 사람, 감동 주는 사람, 바로 우리 아들 대한이다.
그동안 생각날 때마다 적어놨던 '아들의 '명언'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착한 엄마인데, 나쁜 엄마로 만들기 싫어."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가 무슨 일로 대한이를 혼냈는데, 혼난 직후 대한이가 나에게 미안해서 한 말인 것 같다.)
2. "이런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어."
(이 또한 그때 상황은 떠오르지 않지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칭찬하며 한 말이었던 것 같다. 어린 아들의 입에서 저런 극찬을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3."엄마가 잘 키워서 잘 큰 거야."
("아들 고마워~ 이렇게 착하고 건강하게 잘 커줘서."라는 나의 말에 대한이가 한 말이다.)
4. "엄마는 다 가진 사람."
(언젠가 "엄마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대한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을 듣는데, 감동받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한이 말처럼 나는 정말 다 가진 사람이다.
난 대한이 걱정은 거의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걱정할 일이 생기기 전에 항상 늘 먼저 연락해 주고 얘기해 주니, 걱정할 일이 없다. 밖에 친구들이랑 놀 때도 내가 전화하기 전에 꼭 먼저 전화해 준다.
"엄마~ 걱정 안 하지? 나 여기서 계속 놀고 있어~"
밖이 어두워져 '이제는 들어와야 될 텐데.'하고 생각하면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어김없이 대한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엄마, 이제 어두워져서 집에 들어가려고. 친구들은 더 노는데, 엄마가 걱정할까 봐 나는 집에 가려고. 지금 갈게!"
이럴 때 나는 정말 흐뭇해진다.
초등학교 3학년에, 덩치는 내 몸 만해졌지만, 여전히 "엄마, 안아줘."라는 말을 달고 사는 대한이를 보며 언니들은 우스갯소리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한이 언제까지 저러는지 두고 보자. 흐흐"
어머님도 나한테 애교 부리는 대한이의 모습을 보고,
"저럴 때가 좋을 때다. 좀 더 크면 해라고 해도 안 할 거야."
라고 한 적이 있다.
보통 남자애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엄마와 멀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대한이도 몇 년만 더 있으면 그렇게 될 거라고 하는데, 내가 대한이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주변에 얘기하면, 주변에서는 백이면 백, 모두 다 우리 애도 어렸을 땐 다 저랬다며 몇 년 만 더 있어보라고 큰소리로 단호하게 얘기한다.
그런 말을 자주 들으니, 나는 지금 대한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 이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덩치만 컸지, 아직 애기애기한 모습과 오동통한 볼살,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오전에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요가를 저녁시간에 갔다.저녁에는 거의 나가지 않기에, 정말 오래간만의 외출이었다.나갈 때는 아이 둘 모두 별 반응 없더니, 요가 갔다가 집에 들어오니, 우리 집 충견 아니 충성스러운 아들이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한다.
"엄마! 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뽀뽀뽀"
이제는 덩치도 나만해져서 힘이 센 아들이 나를 껴안을 때면 내 몸이 휘청거릴 정도라 적극적인 애정표현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늘 이렇게 한결같이 표현해 주니, 엄마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대한이의 이 자상함이 성인이 되어서 나중에 좋은 여자친구, 좋은 아내를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그대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