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

역시 우리 아들!

by 밝을 여름


주말 저녁, 어머님이 이사 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셨다.

어머님이 오셨다는 소식에,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시동생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간단하게 비빔막국수와 군만두로 저녁식사를 한 후, 난 곧바로 설거지를 시작했고, 어머님과 남편, 시동생은 소파에 앉아 아들과 딸의 재롱에 박수까지 치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 아들이 갑자기 쭈뼛거리더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뜸까지 들이니 모두 다 아들한테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난 속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 하고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긴장되었다.


"아빠 가족들은 다 가까이 살고 이렇게 모였는데, 엄마 가족들은 멀리 있어서 자주 못 만나고... 엄마 속상하겠다."


순간 정적이 몇 초동안 흘렀다. 아들의 말에 아무도 이렇다 저렇다는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또 엄청 감동받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 순간 한마디 하고 싶었다. 아니, 해야 할 것 같았다.

난 설거지하던 것을 멈추고 아주 큰 소리로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맞아. 부산 식구들도 가. 족. 애라면 누구보다 강한데, 자주 못 만나고, 가까이 살지 못하니 엄마도 너무 속. 상. 해."


나의 얘기에도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속은 후련했다. 시원했다.

하지만 좋았던 기분도 잠시, 아들은 가볍게 던진 말일 수도 있는데 나 혼자만 너무 흥분해서 꼭 마치 발연기한 것 같 느낌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그리 오버했을까?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컸을까? 너무 말에 뼈가 있었나?'


시댁 식구들과는 가까이 살고 또 자주 만나는데 반대로 본가 식구들과는 왕래가 잦지 않으니,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에 내심 그동안 속이 상했었나 보다.




오늘 아침에 아들은 뜬금없이 내 뒤통수에 대고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진다.


"엄마는 보름달이야."

"왜?"

"엄마는 내 소원을 들어주잖아."


아들의 말에 오늘도 또 한 번 감동받는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알아주는 참다운 벗이라는 뜻의 '지기지우' 사자성어처럼, 아들이 딱 나에게 있어 지기지우이다.

이 세상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음에, 난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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