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들과 있을 때는 휴대폰을 멀리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땐 나는 화장실로 향한다.
순간순간 화장실 문을 벌컥 열거나, 잠겨져 있는 문을 나올 때까지 소리 지르며 두드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화장실로 가기 전에 반드시 아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주는 걸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간식과 티브이 만화에 빠져있을 때, 나는 아이들 모르게 태블릿 pc를 허리 뒤춤에 숨긴 뒤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넷플릭스 앱을 '따닥' 한 후, '뚜둥'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저장한 콘텐츠 목록을 재빠르게 터치한다.
시크릿(The Secret)
요즘 내가 푹 빠져있는 영화이다.
솔직히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싶은, 나만 알고 싶은 맛집 같은 존재이다.
물론 2006년도에 책과 영화로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크릿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 당시 책으로 읽어봤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마도 감명은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 걸로 끝. 나에게 여느 자기 계발서와 다를 게 없었던 「시크릿」 책은 그렇게 나와 안녕,빠빠이 했다.
어느 날, 쌍둥이 언니랑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말대로 그 책 한번 사서 꼭 읽어봐 봐. 다른 사람은 내 말 안 들어도 니는 듣는 다이가. 진짜 꼭 한번 읽어봐 봐."
평소 같으면 알겠다고 대답만 하고 그냥 흘려 넘겼을 텐데, 그날은 언니의 태도가 너무나 단호했다. 진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니 말대로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뭔가에 홀린 듯 그 책을 살 궁리만 하다가, 운 좋게 기회가 닿아 중고서점에서 그 책을 사게 되었다. 책 이름은 「왓칭」.
사고 나서도 계속 타이밍이 안 맞아 읽지 못하다가 어느 날 밤, 아이들을 재운 뒤 큰 맘먹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면 새벽이 되었을까 봐, 그러면 책을 덮고 싶어 지니 일부러 시계도 보지 않았다. 밤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다 읽고 싶었다. 그렇게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책을 읽은 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동안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봤지만, 이번 같은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렇게 난 「왓칭 2」까지단숨에 읽고서는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집 책장 속에 아이들 책에 밀려 뒷칸에 웅크리고 있던 내 책들이 생각났다. 난 책장 앞에 서서 마치 무슨 계시라도 받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몇 권의 책을 꺼내 집어 들었다.
「연금술사, 어린 왕자, 인생수업, 꿈꾸는 다락방, 마시멜로 이야기」
몇 날 며칠을 거의 밤을 새워가다시피 하며 순식간에 다시 읽어나갔다. 읽는 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내용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길게는 몇십 년을 나와 함께한 책들이고 심지어 여러 번 읽어 본 적도 있는 책도 있는데 이번 책 읽기는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더 궁금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나와 같은 주부에게 있어 여유 있게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낮에는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나 혼자 책 보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또 집중할 수도 없고... 아무튼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잠깐잠깐 화장실에 갈 때, 혹은 혼자서 목욕할 때 가볍게 볼 생각으로 넷플릭스 검색 창에 '치유' 키워드를 입력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게 <시크릿>이다.
그전에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을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난 이미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 있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본 후, 나는 또 한 번 감동받았고 감격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나에게 여러 번 시그널을 줬었는데 이제야 받은 느낌이었다.
그 후로도 나는 틈이 날 때마다 태블릿 pc를 숨겨서 화장실로 갔다. 보고 또 봐도 늘 새로웠다.
어느 날 하루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 혼자 거실에 나와 식탁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노트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시크릿>에서 말한 내용대로 나도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난 감사한 마음으로 가족에 대한 감사 일기를 적었고, 그다음으로 내가 바라고 이루고 싶은 목표를 현재형으로 적어나갔다. 그리고는 다 쓴 노트를 보며 눈을 감고 시각화하였다. 진짜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상상했다.
난 그렇게 그 후로도 자기 전, 특히 둘째 아이가 안 자려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때,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목표가 이루어진 모습만 상상했다.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상상하진 않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속으로 '내 앞에 앉아있는 남편이 나를 보며 웃어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짜로 되는지 호기심에 실험해 보았다.
그렇게 무표정한 남편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소름이 끼쳤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살짝 부족했다.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만 워낙 의심이 많았던 성격인지라 한번 더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실험한 것이 바로 '브런치 작가'이다.
<시크릿>에서는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하라고 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떨쳐 내라고 한다. 난 그렇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기로 했다.
사실 예전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가 두 번의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봐도 좀 아니긴 했지만 두 번의 실패 경험은 다시도전하고 싶은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나에게 벌어진 이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을 꼭 눈으로 또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감사한 마음은 이미 충만하니(<시크릿>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글만 쓰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 밤 영감이 번쩍하고 떠올랐고 단숨에 글을 적어나갔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린 후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번 실험도 성공적이었다.
난 그렇게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새롭고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요즘도 가끔씩 내 마음속의 악마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고 할 때, 또는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가슴이 감사함과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싶을 때, 나는 태블릿 pc를 숨겨서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는 넷플릭스에 들어가 수십 번도 더 봤을 <시크릿>을 처음 본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시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