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장편소설 디누 2부 1권 5화 만남들 2

by 권재원

2

“야! 이 새끼들아! 열심히 공부해라! 난 이제 간다.”

정우의 목소리가 교실을 흔들었다.

상현이 정우를 붙잡았다.

“가긴 어딜 가? 오늘부터 10시 반까지 야자 하는 거 몰라?”

정우가 그 손을 툭 쳐 내며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예체능계 아니냐? 레슨 가야 하는 몸이다. 자, 내가 네 몫까지 놀아 줄 테니까, 넌 내 몫까지 열심히 공부해.”

정우는 투덜대는 상현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슬쩍 오석이 뭐 하고 있나 곁눈질로 보았다. 딱히 공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그저 앉아 있기만 하고 있었다.

무겁게 한숨을 한 번 내 쉰 정우는 시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제서야 가슴이 훤하게 뚫리고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끊김 없이 드나드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정우는 일주일 내내 레슨 갈 필요가 없었다. 딱히 더 가르칠 것이 없음을 알고 있는 교수는 정우가 몇 번 오건, 상관하지 않았다. 오면 반갑고 안 오면 그럴 일이 있나 보다 할 뿐.

덕분에 정우에게 자유시간이 생겼다. 학교에는 레슨 한다고 뻥, 집에는 야자 한다고 뻥. 그 사이는 뭘 하건 정우 마음대로인 것이다. 이쯤 되면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 실시한 교감이 오히려 고맙게 여겨질 정도였다.

마침 83번 버스가 달려왔다. 정우는 주저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288번이 왔다면 서울역이나 명동이 목적지가 되겠지만 83번을 잡아 탔으니 당연히 목적지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했다.

도로가 아니라 폐차장에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 버스가 금방이라도 박살 날것 같은 삐걱대는 소리를 내면서 용케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정우는 그 삐걱대는 소리를 통주 저음으로, 진동을 리듬 삼아 선율 몇 개를 머리 속으로 그렸다. 뭔가 나올 것 같다. 급히 오선지 공책을 꺼내고 연필을 잡았다. 하지만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서 원하는 위치에 음표를 그릴 수가 없었다.

Dinu Work Volume (D.W.V.) 17이라는 숫자만 간신히 악보 머리 부분에 쓰고 첫 소절도 옮겨 적지 못했다. 결국 정우는 적는 것을 포기하고 공책을 접어 가방에 집어 넣었다. 옮겨 적기 어려우면 잊어버리지 않게 머리 속에서 계속 연주 시킬 생각이다.

“지휘와 작곡을 공부하게.”

지히발 선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았다.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물론 그 2년간 지휘와 작곡을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는 오케스트라 총보가 피아노 악보보다 더 잘 읽힐 정도다.

남산 순환도로로 접어들자 버스 엔진소리가 점점 더 고통스럽게 들렸다. 뒤에서 보았다면 시커먼 연기를 피처럼 토하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운전 기사마저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버스가 기어코 남산을 넘었다. 정우 머리 속에 느닷없이 환희의 송가가 연주되었다. 마침내 버스가 남대문을 돌아, 삼성 본관을 스쳐 광화문을 향해 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세종문화회관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무 공연이라도 있으면, 장르 불문, 연주자 불문 가서 볼 참이었다. 그러나 차 창 밖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세종문화회관의 실루엣이 정우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불 빛하나 없는 캄캄한 실루엣. 아무 공연이 없다는 뜻이다.

“에이.”

정우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이 버스 회차점이니 무조건 내려야 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종로 1가에 있는 고전음악감상실 ‘르네상스’였다. 좀처럼 구하기 힘든 음반으로 가득한 곳. 게다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충성스러운 디누 팬인 예쁜 디제이 누나가 영리한 미소로 맞이하는 곳.

그러나 종로 1가쪽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반사적으로 멈추었다. 그곳은 추억이 너무 많이 맺혀 있는 장소였다. 국민학교 때부터 누나와 드나들었고, 나중에는 아녜스와의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사용했다. 아무도 없는 어둑어둑한 음악 감상실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서로를 감상했던 시간들이 가슴에 검붉은 흉터로 남아있었다.

추억의 무게가 정우의 발걸음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되도록 그곳으로부터 멀리 걸음을 옮기다 보니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과 소강당 사이 거대한 계단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계단을 올라가니 둔덕 같은 작은 광장이 대강당과 소강당 사이에 놓여 있고, 그 너머로 분수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쌀쌀한 날씨라 당연히 분수는 꺼져 있지만, 그래도 조명이 분수대를 비추면서 제법 그럴듯한 야경을 펼쳐 놓았다.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광장 곳곳에 쌍쌍으로 몰려든 청춘 남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몇은 그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몇몇은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은 보다 과감한 애정표현까지 하고 있었다.

이때 광장 모퉁이에 혼자 앉아있는 여학생이 정우 눈에 들어왔다. 작년부터 중고등학교 교복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복장만으로는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몸집이나 분위기로 봐서 적어도 중학생은 아닐 것 같았다. 앉은 자리 옆에 놓여 있는 두툼한 가방과 바이올린 케이스가 눈길을 끌었다.

바이올린 케이스가 눈에 들어오자 정우의 발길이 강력한 전자석에 이끌리듯 그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여학생을 향해 이끌린 것인지 바이올린을 향해 이끌린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인력의 근원이 바이올린에서 여학생으로 바뀌었다.

밝다고는 할 수 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였지만 시선을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확 뜨이는 예쁜 아이였다. 오히려 가로등이 그 얼굴로부터 빛을 받아 반사하는 것이 아닐까, 이 광장의 밤을 밝히는 모든 불빛의 광원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조금 더 다가가자 광원이 정우가 아는 얼굴로 바뀌었다.

빛의 근원은 최나경이었다. 중학교 때 잠깐 보고 그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최나경. 그때도 예뻤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더 예뻐졌구나 싶었다.

아는 얼굴임이 확인되자 정우가 좀 더 용감해졌다. 저벅저벅 걸음을 빨리 한 뒤 그 앞에 떡 서서 말을 걸었다.

“어이! 최나경. 오랜만이다.”

“디누?”

“무대도 아닌데, 동창생 끼리 디누가 뭐야? 그냥 이름 불러.”

“그 이름으로 하도 많이 불러서, 너, 원래 이름이 뭐더라. 아 맞다. 권정우.”

“그래. 나 정우. 야, 참 오랜만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첨이지?”

“어머? 우리, 중학교 때도 별로 만난 적도 없잖아? 언제더라 약속잡아 놓고는 너 혼자 피아노 치다 쌩 쇼하면서 나 자빠지면서 바람맞힌 거?”

“아, 그건 그래. 하하. 아,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그거 완전히 내 흑역산데. 그런데 너 아주 예뻐졌다. 중학교 때도 예뻤지만.”

“그걸 이제 알았어 권정우, 아니 신동 디누 님? 그런데 중학교 땐 이 절세미인이 만나러 가도 눈길도 안 주고 거품 물고 뻗을 때까지 피아노만 쳐대더니, 오늘은 왜 난 데 없이 이렇게 들이 대는데?”

“무슨, 거품까진 안 물었다. 그리고 들이 대다니? 그냥 동창생 만나서 반가운거지. 남자 고등학교 다니는거 생각보다 훨씬 팍팍하더라고. 야, 그런데, 이건 뭐야? 편지? 어디서 연애 편지라도 받았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나경이 들고 있던 편지를 황급히 움켜쥐고 가방에 쑤셔 넣었다.

“늦은 시간에 집 안가고, 독서실도 안가고 여자 혼자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냥 레슨 땡땡이 치고 나왔어.”

“오오, 쎈 걸?”

나경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너, 나랑 같은 중학교 나온 거 맞아? 나 원래 날라리였잖아? 학생부 단골로 들락거리던.”

“그거야 뭐 주로 머리 길다, 치마 짧다, 학생이 목걸이가 웬말이냐, 이런 것 때문 아니었나? 난 그런 거 가지고 네가 날라리라고 생각 안하는데? 네가 다른 애들 괴롭히거나 피해 주거나 그런건 없잖아? 그건 그냥 네 젊음과 미모를 시샘하는 선생들이 트집잡고 심술 부리느라 날라리로 찍은 거 아니었을까?”

정우가 나경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말했다. 옅은 화장, 귀걸이, 그리고 섹시한 스타일의 스커트. 회색 스타킹과 갈색 부츠. 어느 모로 보나 이른바 ‘학생다운’ 단정한 모습은 아니었다.

“어이, 어이.” 나경이 정우의 말투를 흉내 냈다. “숙녀를 실실 훑어보는 건 도대체 무슨 개 매너야? 이러니 아녜스 한테 채였지.”

“어? 야, 너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난 아녜스한테 채인 적 없어.”

“그럼 네가 찬 거야?”

“그것도 아니야.”

“그럼 협의 이혼?”

“너무 나가지 마라. 그냥 아녜스가 미국에 간 것뿐이야.”

“왜 갔는데?”

“왜 가긴? 거기가 자기 나라니까 갔지. 비자 만기 돼서.”

“그럼 왜 안오는데? 1년이 다 되도록?”

“진로를 바꿨으니까. 음악이 아닌 다른 길로. 아니 원래 가고 있던 길이라고 해야 하나? 아녜스 내년에 대학 들어가면 다시 만날 거야.”

“진로 변경? 아녜스가 대학? 원래 가던 길? 뭔 소리야 대체?”

“아녜스 원래 과학 고등학교 다니고 있었거든. 그렇게 투어를 많이 다니면서 어떻게 낙제 안하고 계속 다녔는지 신기하기만 해. 지금 음악 접고 공부하고 있어. 내년 9월이면 들어 가겠네.집이 LA니까 칼텍, 스탠포드, UCLA중 하나 골라서 가겠지.”

“좋겠다. 얼굴도 예쁘고, 음악하고 싶으면 콩쿠르 가서 상도 받고, 공부하고 싶으면 일류대학 들어가고. 뭐 그런 인생이 다 있어?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아녜스가 일류대학 들어간 다음에도 과연 널 받아 줄까?”

“그러길 바라야지 뭐.”

아녜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고개를 처박고 마치 흐느껴 울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도 하는 양 어깨를 위아래로 흔들어 대던 정우가 어깨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에이. 괜히 배만 고파지네. 나경아. 아무데나 가서 뭐 좀 먹자. 저기 웬디스 보이네?”

“뭐, 좋아.”

나경도 베시시 일어섰다. 그들은 쾌활한 걸음으로 웬디스에 들어가 넓직한 테이블을 골라 마주 앉았다.

“돈 많이 벌어 놓은 네가 사는 거지?”

나경이 손을 까딱까닥 하며 정우를 홀겨 봤다. 정우는 자신의 돈 많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좋을 대로.”

“난 치즈버거 딜럭스 하고 딸기 셰이크.”

“와, 딜럭스라고? 날씬해 보이는데 의외로 많이 먹는다.”

“까불지 마라. 난 아녜스 처럼 요정 놀이 하는 타입 아니다. 남자 앞이라고 배고파도 억지로 안 먹는 척, 조금 먹는 척, 그런 모습 기대하셨다면 꿈 깨 두셔. 네 것까지 안 뺏아 먹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 걸?”

“그럼 아예 딜럭스 세 개 사 올까? 너한테 빼앗기느니 차라리 미리 하나 더 사 주는 게 났겠다.”

“그럴 거면 네 개 사던가.”

“하하 못 당하겠네.”

정우가 껄껄 웃으며 카운터로 갔다.

10여분 정도 지나 정우가 제법 무거워진 식판을 들고 와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정말로 딜럭스 햄버거 네 개와 딸기 쉐이크 하나, 밀크 쉐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고맙!”

나경이 인사를 단축한 뒤 햄버거와 딸기 셰이크를 덥석 집어 전투적인 모습으로 입에 밀어 넣었다. 정우는 그런 나경의 모습을 바라보다 손에 든 밀크 셰이크를 떨어뜨릴 뻔했다.

어스름한 광장에서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학교때 오석과 티격태격 했던 일이 떠올랐다. 주제는 중딩 다운유치했다.

여학생들 중 누가누가 예쁜가? 결국 최나경이 제일 예쁘다 쪽으로 결론이 나려는 찰라 하필 오석이 아녜스를 입에 담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최나경이 아녜스보다 더 예쁜 거 같아. 최나경도 그렇게 드레스 입히고 메이크 업 하면.”

순간 정우가 욱했다.

“최나경이 아녜스보다 더 이쁘다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진짜라니까.”

“야, 최나경 걔, 너만 본 게 아니야. 나도 봤잖아?”

“보긴 뭘 봐? 피아노만 내내 치다 게거품 물고 뻗어 놓고 ? 난 바로 앞에서 똑똑히 봤거든. 정말 무슨 그림에서 나온 것 같았다고.”

“그림? 무슨 그림? 제리코 그림?”

“무슨 미친, 아니. 라파엘로 그림. 갈라테이아의 승리.”

갈라테이아라고?정우는 오석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비유할 줄은예상 못했기 때문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밝은 빛 아래 가까이서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아니 딱 갈라테이아였다. 하지만 오석이 말한 것 같은 라파엘로 그림 속의 갈라테이아가 아니라 피그말뤼온 신화 속에 나오는 갈라테이아였다.

“야,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매너 없게 숙녀가 식사하는 걸?”

정우의 묘한 시선을 느낀 나경이 당황하며 팔꿈치를 쿡 찔렀다.

“어? 뭐? 아. 너무 예뻐서”

당황한 정우가 얼떨결에 아무 말이나 둘러댔다.

나경이 피식 웃었다. 그 동안 자기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그만 얼어버리는 남자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는데, 디누도 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아부 떠는 소리 듣기 나쁘잖네. 어디 계속 해 봐.”

“라파엘로 그림 같아.”

“라파엘로? 싫어. 거북이잖아?”

“거북이? 그건 뭔 소리야?”

“닌자 거북이 몰라?”

“몰라. 난 테레비 안 보고. 우리 집엔 비디오도 없고.”

“뭐, 천재 디누께서 미천한 대중 문화 따위에 관심 있을 리 없지. 그럼 디누는 뭐 하며 하루를 보낼까? 공부? 피아노?”

“뭐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정말 잘 지나가네. 이러다 내 청춘이 그냥 끝나 버릴 것처럼. 아, 정말 싫다. 이러면서 보내.”

“그래도 피아노 치잖아?”

“응.”

“그런데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의미가 없어. 무대도 없고. 청중도 없고.”

여기서 대화가 끊겼다. 정우는 대답 대신 아랫입술을 굳게 여민 채 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지 초점을 찾을 수 없는 눈으로 나경, 혹은 나경이 있는 방향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나경도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정우를 바로 보지 못하고서 침묵을 지켰다.

한참 그러고 있던 정우가 벌떡 일어섰다. 나경이 깜짝 놀라 일어서는 정우의 손목을 잡을 뻔했다.

“벌써 가게? 난 더 놀고 싶은데?”

정우가 시계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금 들어가야 야자 끝나고 집에 간 거랑 시간이 딱 맞아.”

“난 아직 괜찮은데? 난 레슨 끝나고 독서실까지 갔다 들어가는 거로 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나 혼자 여기 남아 있기도 싫으니까, 좋아. 같이 가자.”

나경도 일어섰다. 정우가 테이블을 정리하며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중얼거리듯 말한다.

“우리, 다시 볼까?”

“좋아.”

“언제?”

“주일에 성당에서 볼까? 너 역삼동 성당 다니는 거 맞지? 성당에서 몇 번 봤던 것 같아.”

정우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어떡하지? 나 6시 미사 나가거든. 중고등부가 싫어서.”

“그래서 뭐? 6시 그 꼭두새벽에 나더러 나오라고?”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정우는 자기가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아무래도 저 갈라테이아가 마법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경이 뜻밖의 말을 던졌다.

“알았어. 여섯 시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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