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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Mar 30. 2020

월요일 다음날, 갑자기 금요일이 된 황당한 역사 1부

역사에서 실제 발생한 시간의 사라짐 현상

련한 첫사랑 느낌을 제대로 살린 고전 멜로 영화 <러브레터>!  블록버스터 아니면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재개봉을 두 번 했을 정도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합니다. 


<영화 속 장면 하나> 

츤데레 남자 주인공이 같은 이름의 여자 주인공을 몰래 짝사랑 합니다. 여자 주인공에게 애써 멋있게 보이기 위해, 평소 안 하던 독서도 하죠. 


바로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로 이 장면


하지만 좋아하는 이성을 앞에 두고 제대로 독서가 될 리가 있나... 하물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은 온갖 형용사와 비유로 점철된 긴 문장으로 인해, 읽기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하루키의 '1Q84'에서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라는 언급이 있을 정도. 


프랑스 기준, 총 7권, 3,0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심지어 민음사 한국어 본은 총 13권)이라, 사실 책 구입조차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준이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을 찾기 힘든 만큼, 영화 속 소년도 그러했을 것입니다하지만 책을 읽는 그의 모습에 그녀가 심쿵했다는 점에서그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 아니였을까?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불가능


근데, 책의 제목은 과학적으로 정말 이상합니다. 시간은 연속적인 흐름으로절대로 중간 어느 부분을 잃어버릴  없습니다. 다만, 중력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OR 느리게 흐를 수만 있죠.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물론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는 ‘개인적으로’ 기억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아는 세상의 시간이 이 순간에도 흐르는 것은 불변의 사실. '잃어버린 시간'이란 단지 문학적인 표현일 뿐, 과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합니다. 


소녀시대 윤아 생일인 5. 30일에서 순식간에 제 생일인 제헌절로 점프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역사에서는 실제로 시간을 잃어버렸던 사례가 있습니다무려 10일이 통째로 없어졌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틀린 것입니다.



대 사회에서 1년을 계산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습니다(꼭 1년이 365일은 아니였습니다). 바로 농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4대 고대 문명은 큰 강을 따라 발전하며 농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정말 짜증나고 신경쓸 일이 너무나 많죠. 그런 문제를 처리하는 사이, 자연스레 문명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진보적인 관점에서 인류가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일군 것을 당연하다고 보았죠. 그러나 현대에서는 먹고 살기 편한 구석기 시대에서 벗어나, 왜 육체적으로 힘들고 비효율적인 농사를 지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연구가 한참입니다.


이집트 문명은 그나마 운이 좋았습니다. 토지에 풍부한 영양분을 알아서 가져오는 나일강의 범람 덕분이죠.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잘 계산해야 했습니다.

 

자칫 농사짓는 타이밍이 어긋나면 - 나일강 수위가 낮아지며 씨를 뿌려할 때 피서라도 갔으면 - 그 해 농업은 망치는 것 입니다. 그리고....... 개죽음이 기다리죠. 

인류가 농사를 짓고 나서부터, 기후의 변화에 민감해진 것은 당연했습니다. 다행히 고대 농업인들은 우리보다 자연현상을 잘 알았습니다. 주가 등락, SNS에 관심을 쏟는 우리와 달리 시간에 따른 별자리 위치, 낮의 길이 등에 신경을 썻기 때문이죠. 


특히 낮, 밤 시간이 똑같은 춘분은 농업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날. 


드디어 밤의 기운이 물러가고 빛이 많아지는 시간이니까요. 굶주름의 시간이 가고 생명의 시간이 옵니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춘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고, 고대 이집트나 멕시코의 마야 문명에서는 아예 춘분이 새해의 시작입니다. 


이와 관련된 유적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천문학이 매우 발달했던 마야의 유적, 쿠쿨칸 피라미드. 춘분과 추분 오후 3시경, 그 계단에 비친 그림자가 구불구불 내려오는 뱀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뱀을 숭배하던 마야의 풍습과 춘분을 절묘하게 연결한 것. 그만큼 춘분이 종교적으로 중요한 날이었음을 알 수 있죠. 또한 춘분날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 입구로부터 61미터 안까지 햇빛이 들어와 람세스 2세와 태양신 라의 조각상 얼굴을 밝게 비춘다 합니다. 


농업혁명을 통해 고대에 이미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1년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12달, 365일 체계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이죠. 프랑스 혁명 기간, 1달을 30일로, 1주를 10일로 하는 달력을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1년 365일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지만, 기존 시스템을 바꾸고 싶었던 바람이 컸습니다. 남는 5일은 축제일로 삼았지만, 엄청난 혼란으로 발생하여 나폴레옹 황제 등극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 charlesdeluvio, 출처 Unsplash


금 우리가 쓰는 달력 체계는 고대 로마에서 유래했습니다. April, September 등 단어는 영어 느낌이 안 나는데, 모두 로마시대 쓰던 라틴어, Aprilis, September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죠. 


당시 로마는 1년을 355일로 계산


이 지구를 12번 도는데, 354.xx일이 걸리는 때문입니다. 태양은 항상 원이라서 시간을 계산하는데 정교한 관찰력 혹은 계산이 필요했으나, 달은 주기적으로 모습이 변화해서 쉽게 1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한 곳이 아닌 고대 문명에서는 보통 달의 움직임에 따른 달력, 즉 태음력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그 딴 것조차 필요 없었습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건국 초기는 그야말로 '시골 구멍가게'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1년을 10달, 304일로 정했고, 아예 겨울철 달력은 없었습니다. 굳이 농사를 안 짓는 시기까지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새해 시작은 겨울인 1월 1일이 아니라 춘분이었죠. 

로마 사회가 커지자 농사 외 이유로 좀 더 정확한 달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에 두 달을 추가하여, 1년 355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태양과의 움직임과는 오차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22~23일의 윤달을 끼어 넣었습니다. 그래서 로마 초기, 1년은 어떤 때는 355일이었고, 377일, 혹은 378일 등 개판이었습니다. 


언제 윤달을 넣을지 결정하는 사람이 최고 제사장이었습니다. 정치가이기도 했기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하면, 그 해는 377일, 싫어하는 사람이 집정관이었다면 그 사람 임기를 줄이기 위해 그 해는 355일이 되었습니다. 딱히 정해진 법칙이 없었죠. 


그런 만큼 로마가 큰 위기에 처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윤달을 넣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10일이 수백 년 쌓인 결과, 2000년 전 실제 계절과 약 3개월 차이가 났습니다. 

즉, 달력으로는 여름 계절이지만, 실제 날씨는 가을이었던 것입니다. 


따스한 난류의 영향으로 겨울도 한국보다 따스한 이탈리아. 연 중 온도 차이가 적었기 때문에 과거 사람들은 이러한 오차를 쉽게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계절 간 날씨 차이가 확실했지만,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그 차이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그렇게 정교한 시간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죠. 


© yoal_des, 출처 Unsplash


감히 달력이 틀렸을 것이라고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과거보다 겨울이 덜 춥기는 하지만, 11~2(실제로는 1~4)은 겨울인 만큼 당연히 춥다는 편견을 가졌습니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원전 BC 50년경, 유럽 역사의 독보적 원톱 주인공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실제 계절과 달력 상 계절의 차이를 절묘하게 이용합니다. 그의 적들은 카이사르의 군대가 겨울에 군사 행동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국이든, 이탈리아이든 겨울 군대 생활은 정말 끔찍합니다. 


그 유명한 루비콘 강 치고는...


하지만 실제 3개월의 오차가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던 카이사르. 


1월 10일 '추운 겨울',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외치며, 루비콘 강을 건넜습니다. 그의 적들은 카이사르의 신속한 기습 공격에 미처 대응을 하지 못하고, 수적 우세임에도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강을 건넌 실제 날짜는 봄봄봄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3월 중순’이었죠.


이러한 심각한 오류를 알고 있었던 카이사르는 마침내 로마 세계의 1인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현대 역법의 기준이 되는 율리우스 력을 제정합니다. 잠시 살펴보면, 1) 1년은 365.25년으로 정하고, 2) 4년마다 1일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0.25 x 4 = 1일은 2월 29일에 넣었습니다. 


제1차 물리학 법칙 파괴 사건 발생!


3개월의 오차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새로운 율리우스 력에서도 당시 가장 중요한 날인 춘분이 과거처럼 늘 3월 25일(현재는 3월 21일이다)이기를 원했습니다. July 17일, 혹은 Oct 1일이 새로운 한 해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로마답게 옛 전통에 충실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기원전 46년의 1년은 그동안 누락된 일 수를 추가하여 자그마치 445일(355일+90일)이나 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해가 되었습니다. 

당시 살던 29살 꽃다운 청춘은 우리보다 무려 90일이나 더 긴 20대를 보내게 된 것이죠. 개부럽 불과 며칠 전이었던 2019년의 나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아예 그런 가능성을 꿈에서나 생각할 법 하지만, 당시에는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현대 물리학을 가볍게 씹어 먹었죠.


획기적인 ‘율리우스 력’은 그 후 무려 1,500년 동안 서양 달력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보였던 율리우스 력도 오차가 있었습니다. 실제 1년은 365.242190..년 이기 때문입니다. 지구 공전 주기가 365와 같은 정수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입니다. 거센 파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매년 조금씩 공전 시간 또한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그 결과 율리우스 력은 1년마다 0.00781일 or 11분 14초의 오차,  128년마다 1일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로 인해 1582실제 태양의 움직임과 10일 정도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그 정도 오차로 인해 일상생활은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와 별 차이 없었던 고대에서도 3개월이 차이 났지만 큰 문제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일의 오차로 인해 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의 날짜가 틀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부활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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