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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지보

남의 떡이 더 커 보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by 공감의 기술

짜장면을 시키고 나면 짬뽕이 맛있어 보입니다.

물국수 한 젓가락 하면 비빔국수가 더 땡기고요.

똑같이 주문한 설렁탕도 친구 꺼는 고기가 더 많아 보입니다.


남의 떡이 언제나 크고 맛있어 보입니다.

남이 입은 옷이 좋아 보이고 남이 쓴 안경이 멋져 보입니다.

남의 것이 크고 좋아 보이면 내것은 당연히 작고 볼품없어 보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무작정 좋아하고 남들이 싫어하면 이유 없이 싫어집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 생각이 드는 대로 행동하기보다는

남들이 툭 던지는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됩니다.


남 흉내 내지 말고,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고 합니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면서요.

남들 의식하지 말고 나답게 살아가라고 합니다.


나답게 사는 게 어떤 삶인지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를 때도 있고요.

내가 잘하는 게 있기나 한지, 내가 할 줄 아는 게 무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으니

남들 하는 대로, 남이 가는 대로 묻혀가려고 합니다. 모나지도, 튀지도 않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니까요.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나라의 젊은이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갔더니 그곳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멋져 보여 따라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신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입니다.


'한단의 걸음걸이'라는 뜻의 한단지보, 자신의 분수를 잊고 남의 흉내를 내는 어리석음을 뜻합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우리말 속담 하고 의미가 비슷합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서 힘겨운 짓을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뜻이죠.


자신을 사랑하며 오늘을 충실히 보내도 모자란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남의 감정을 살피고,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남이 잘되는 것을 질투하며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왜 내가 손해 봐야 하지?' 할 때가 더 많은 게 사실이고요.


남 눈치를 보며 사는 이런 나를 스스로 한심해합니다. 그런 나를 눈치 보는 사람 또한 존재하니 아이러니하죠.

서로 이 사람 저 사람 눈치에 눈치. 다들 눈치 게임으로 살아가니 피곤합니다.

남의 비위나 맞추고 비교당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1도 도움 안 되는 비교 따위는 하지 말고요, 능력 밖의 일에 눈 돌리지 말자고요.

남이 입은 옷이 멋진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옷이 가장 편합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이 가장 맛있습니다.




남들 눈치,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는 삶, 그게 나다운 삶일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나한테 어울리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에도 인생은 길지 않습니다.


남의 떡이 정말 클까요? 내가 먹는 짜장면보다 친구가 먹는 짬뽕이 더 맛있을까요?

남의 시선으로 보면 내 떡이 더 커 보이지 않을까요?

짬뽕 먹는 친구는 내 짜장면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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