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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금지!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데

by 공감의 기술

3천 년 동안 화려하고 커다란 제국으로 지금도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의 처음을 찾아가 봅니다. 황금기의 로마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토를 비롯한 유럽은 물론 이집트, 터키, 이스라엘까지 중동의 대부분 지역까지 정복했던 대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로마제국의 시작은 이탈리아 서쪽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위대한 것도 그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저만치 앞서가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림을 그리든, 악기를 연주하든, 운동을 해서 몸짱이 되고 싶든, 외국어를 하든, 컴퓨터를 다루든 그 어떤 일도 처음부터 잘할 리는 만무합니다. 그럼에도 잘하는 사람의 현재 모습만 보며 나는 못할 거라며 좌절부터 합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를 키우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연히 그림이 아이의 정서에 좋다는 말을 듣고 아이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책에 나와 있는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아이와 같이 합니다. 배우는 입장이라 처음엔 어설픕니다. 내 손은 저주받은 손 같아서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이 낙서 같아 보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 장 두 장 그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실력이 쑥쑥 늘어납니다. 즐기면서 그리다 보니 어느새 배우는 학생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아 악기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음악이라고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밖에 모르는데 악기라니. 처음엔 긴가민가했습니다. 옆에서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기부터 꺾입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처음부터 배웁니다. 열심히 연주를 하는데 음악인지 소음인지 듣는 사람에게 민폐만 끼칩니다. 하나 둘 배울수록 악기에 빠집니다. 악기 하나하나가 모여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됩니다. 몰입해서 연주하다 보니 어느새 음악회를 할 만큼 뛰어난 실력자가 되었습니다.


글이라고는 시험지에 답을 쓰고, 자기소개서에 몇 자 적어본 게 전부인 엄마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처음이라 아이가 왜 우는지부터 제대로 뒤집는지, 걷는지, 기저귀는 언제 떼는지, 말을 제대로 하는 게 언제인지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찾고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합니다. 혼자 터득한 지식을 다른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 SNS에 공유했습니다. 서로 도움을 받으며 공부하며 쌓인 지식에 육아 경험이 더해지니 어느새 육아 관련해서 전문가 수준이 되었습니다. 육아 관련 책을 내고 강의를 할 만큼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은 자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산기슭에 졸졸졸 개울물이 흐릅니다. 조그만 개울물이 흘러 여러 계곡물을 만나 시원한 시냇물이 됩니다. 시냇물이 흐르고 모여 강을 이룹니다. 강은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흐릅니다. 흘러서 늪이 되기도 하고 폭포를 이루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그러고는 바다를 만납니다. 바다는 바다를 만나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과 같은 더 큰 바다를 만듭니다.

내가 지금 발 담그고 있는 이 시냇물이 오랜 시간 흐르고 흘러 큰 바다를 이룰 물이 됩니다.




어느 분야든지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습니다. 잘 나가는 조직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처음부터 잘하는 것처럼, 잘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달리 타고난 재능이 전부라고 단정 짓습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로 생각하며 해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없고 처음부터 잘 나가는 조직도 없습니다. 남달리 타고난 재능보다 남모르게 애써 흘린 땀과 노력이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잘 나가는 조직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한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너무 부러워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도전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기왕이면 즐기면서 말입니다.


"나는 아무래도 안되는가 봐요."

아이가 모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분야였고 준비를 많이 하고 노력도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아 실망을 합니다.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아직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기가 죽어서야 아니 될 말이죠.

뭔가 근사하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이제 시작인데 한번 실패했다고 실망을 하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네가 하고 싶은 꿈은 포기하지 마라. 그까짓 것 다시 해보면 되지. 안 그래?"

시무룩한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집니다.




찬란한 로마제국도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거대한 것이라도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로마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대제국을 이루었듯이, 몇 번 하다 안된다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요. 우리가 로마를 세울 것도 아니니 부담도 내려놓고요.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다들 힘내시기를.

좌절을 하기에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좌절도 금지! 좌절만 한다고 도움될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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