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답답한 인생에 올해는 좋은 일이 있으면 바라고요, 앞날은 어떻게 풀리려나 궁금도 합니다. 불안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장소, 바로 사주 보는 곳입니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주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하니 아이러니합니다.
여태까지 제대로 이룬 일도, 그다지 풀리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이렇게 살아가자니 그 또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체 내 사주는 어떤지 알고 싶어집니다.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답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내 사주를 보다가 하는 말씀입니다.
"당신 사주에는 나무는 많은데 금이 없네."
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내가 목요일에 태어났으니 나무가 많은 건가 싶어 마치 족집게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금이 없다니, 내 성이 김(金) 씨인데 금이 왜 없다고 할까요? 사주가 뭔지 모르니 겁부터 납니다.
"그럼 나쁜 건가요? 나쁜 사주를 어찌 좋게 할 방법은 없나요?"
그러자 이렇게 말합니다.
"사주는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것은 관점일 뿐이지. 우주에는 좋고 나쁜 것, 우월하고 열등한 것은 없듯이 좋은 사주도 나쁜 사주도 없어. 다만 각자 다른 성질들이 존재할 뿐이야. 그리고 총량의 법칙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사람은 저마다의 그릇을 들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릇 밑바닥에는 재능이 깔려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그릇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합니다.
꿈을 담고요, 목표도 담습니다.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들을 넣고요, 지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릇에 담긴 재능을 얼마나 많이 펼치느냐에 따라 삶을 원하는 대로 아니면 마지못해 살아가게 됩니다.
무엇을 담든지 그릇의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정해진 그릇에는 이것저것 다 담았다가 버립니다. 나도 모르게 놓치기도 하고요. 새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릇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고통과 좌절도 있고요, 기쁨과 즐거움도 담겨 있습니다. 어떤 때는 고통이 압도적으로 많이 담겨 있어 그릇을 드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그러다 즐거움이 하나둘씩 채워져 그릇을 머리에 이고 뛰어다닐 때도 있습니다.
이게 많으면 저게 새어나가고 저게 넘쳐흐르고 나면 이게 많아지는 게 인생입니다. 일명 ‘인생 총량의 법칙’입니다.
"사람마다 할당된 불행과 행복의 총량이 있대요. 지금 불행이 다 몰아서 쓰고 나면, 이젠 앞으로 행복만 남았네. 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인생 총량의 법칙 중의 하나인 ‘불행 총량의 법칙’입니다. 사람마다 겪어야 하는 불행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겪어야 할 불행의 양은 정해져 있으니 이 고통이 지나가면 분명 행복한 날이 온다는 용기의 메시지입니다.
불행 총량의 법칙이 있으면 당연히 '행복 총량의 법칙’도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같은 양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이제까지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을 테니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고마운 법칙입니다.
불행과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의미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늘 함께 붙어 다니는 쌍둥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불행이 왔다고 문전박대하면 곧 따라올 행복마저 떠나버립니다. 행복은 불행을 앞세워 오고 불행 역시 행복을 앞세워 온다고 하니 말입니다.
되는 일이 없고 꼬이는 일상에 지쳐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투덜대는 나를 보고 들어오려던 행복이 그냥 되돌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놓친 행운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일이 술술 풀려 지금이 좋다고, 내가 잘난 줄 알다가는 언제 닥칠지 모를 불행에 눈물 흘릴지 알 수 없습니다. 잘 나갈 때 방심하다 넘어져 후회한 적도 있었을 거고요.
좋은 사주, 나쁜 사주는 없다고 합니다.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 겪는 불행이 더 큰 행운을 가져다줄 밑바탕이기도 하고요, 지금 잡은 행운이 불행을 몰고 올 씨앗일 수도 있습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불행도 행운도 소중한 인생의 한 장면입니다. 이 모든 걸 인생의 그릇에 담고 살아갑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지금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불행은 왜 나에게만 찾아오냐고 불평만 하면 불행 뒤에 숨어있는 행운도 뒤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조금만 더 인내하며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했으면 합니다.
행복하다고,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해도 뒤따라오는 불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항상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하고요.
이렇듯 인생은 균형입니다. 그러니 사는 게 어떻게 좋기만 하고 또 어떻게 나쁠 수만 있겠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겼으면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