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년 아재들의 가슴에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 앞이나 동네 골목에 자리 잡았던 오락실입니다. 온라인 게임이 나오기 전만 해도 오락실은 어른과 아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비장한 각오를 합니다. 혈혈단신 적진으로 쳐들어가 적군을 모두 물리치고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집니다. 전투기를 몰고 출발 신호를 기다립니다. 이륙하기 직전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내가 오로지 기댈 곳은 상하좌우로 조종하는 스틱 하나와 적군을 물리칠 총탄 스위치, 위급할 때 터뜨릴 폭탄 스위치. 이 세 개가 전부입니다. 심호흡을 크게 합니다. 이게 뭐라고 나름 긴장감이 감돕니다.
동전을 넣으면 맨 처음 화면으로 되돌아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가 튀어나옵니다. 영어로 빼곡히 적힌 화면이 빠르게 넘어갑니다. 'Start' 빨간 스위치를 누르면 전투기를 환송하는 문구와 함께 이 한마디만 귀에 쏙 들어옵니다. “Good Luck!”
먼 길을 떠나는 사람과 작별을 고합니다.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하는 말. '부디 행운을 빈다.'
시험을 직전에 앞둔 수험생에게도, 중요한 책임을 떠맡은 사람에게도, 반드시 결과를 내어야 할 상황에서도 격려의 말로 빠지지 않습니다. 'Good Luck!' '행운을 빈다'
듣기만 해도 기운이 나는 말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 지구촌 곳곳에서 행운이 오기를 기대하며 소원을 빕니다. 비단 새해뿐만 아니라 행운을 고대하는 바람은 일 년 365일 내내 이어집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섣달그믐과 새해 정월 초하루에 복조리를 사서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정월 초하루에 만들어 파는 조리는 특별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복조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며 복조리를 만들어 집집마다 방문하며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각 가정에서는 1년 동안 쓸 수 있는 복조리를 사서 방이나 문에 걸어두면 한 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이고요, 그 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뜻에서 이 풍속이 생겼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신년 종소리에 맞추어 포도를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31일 자정에 종이 12번 울리면 종소리에 맞춰 포도를 한 알씩 먹는다고 합니다. 12개의 포도알을 먹는 이유가 '새해 열두 달을 무탈하게 넘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해야 그 해의 나쁜 기운을 쫓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마네키네코'라는 앞발 들고 있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복고양이'라고 부릅니다. 앉아서 오른쪽 또는 왼쪽 앞발을 올려 마치 누군가를 부르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돈을, 왼쪽 앞발은 손님을 부른다고 하네요. 손님이나 돈을 부른다는 믿음이 있어 가게마다 이 복고양이를 상점 귀퉁이나 카운터 위에 장식해 놓습니다.
미국 2달러 지폐는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프랭크 시나트라로부터 2달러 지폐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 왕비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사람들은 너도 나도 2달러 지폐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2달러 지폐가 처음 발행된 1928년 당시, 노다지를 캘 꿈을 품고 서부 개척지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행운과 위안을 주는 증표로 2달러 지폐를 주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2달러 지폐는 행운을 기원하는 선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행운을 불러올 수 있는 행동은 마다하지 않습니다. '미신'이라고 치부하면서도 행운을 얻을 수 있다면 발 벗고 나섭니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새벽잠을 설치며 산으로 바다로 갑니다. 추위에 벌벌 떨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이깟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우주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다렸다가 쇼를 보기 위해 밤을 새웁니다.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간절한 바람을 갖고서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어느 날, 떨어지는 첫 낙엽을 바로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을 듣습니다. '에이 설마'하면서도 길을 걷다 떨어지는 낙엽을 단번에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수능이나 중요한 진급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엿과 떡을 선물합니다. 엿처럼, 떡처럼 찰싹 달라붙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다들 먹는데 나만 안 먹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한 수 접는 기분이 들어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12월 동짓날에 팥죽을 먹습니다. 액운을 다 쫓아내 준다고 하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이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행운을 찾다가 끝나버리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복으로 시작해서 복으로 살아가고 복으로 끝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복을 받을 수 있을까요? 죽었다 깨어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물음입니다. 복을 받는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해를 보고 별을 보며 사정사정할 필요도 없을 거고요, 포도알이 12개 맞는지 세어가며 먹지 않아도 됩니다. 잘 써지도 않는 복조리를 해마다 살 이유도, 낙엽 잡으려다 허리 삐끗할 일도 없을 겁니다. 떡과 엿은 모두가 먹었는데도 당락이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행운은 '이것이다'라고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행운인 줄 알고 잡았는데 알고 보면 크나큰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고요, 불행인 줄 알고 피했는데 그게 두 번 다시없을 기회였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끝까지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물음입니다.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지금 불행에 처해 있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워도 불행 바로 뒤편에 있는 행운이 얼른 나에게 고개 돌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희망입니다.
지금 행복하다고, 나는 행운아라고 좋아하더라도 행운의 반대편에 있는 불행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에 경거망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잘 나갈수록 겸손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넉넉함을 보여야 할 이유입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그러니 인생은 모른다고 하는가 봅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싶습니다. 행운이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설령 행운이 오지 않아도 지금과 차이 없을 테니 상관없습니다만 그래도 행운이 우리에게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코로나 판데믹으로 다들 힘든 요즘,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과 바라는 일이 술술 풀리는 행운이 가득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Good Luck! 행운을 빈다!
2021년 한 해를 살아가는 모든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Good Luck!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