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 위에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
풍족하나 부족하나 그대로 즐겁거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 백거이 <술잔을 들며>
젊은 시절 가난이 싫어 집안의 돈을 훔쳐 가출한 적도 있었고,
성실하게 일을 해서 본인 이름으로 쌀가게를 열었으나 배급제가 시행되어 강제로 문을 닫아야만 했고,
자동차 수리 공장을 세워 운영하다 화재로 몽땅 다 타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한겨울에 UN 묘지를 푸르게 해 달라는 요구에 고심하다 파란 보리 싹을 심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모두가 어림없다고 반대하던 경부고속도로를 세계 최단기간 완공이라는 기록으로 건설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최초 국산 자동차 모델인 포니를 개발했고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건립하기 위해 은행 담당자에게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여주어 차관을 빌렸습니다.
다들 아시는 故 정주영 회장의 일화들입니다.
생전에 위 글을 서재에 걸어놓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걱정으로 가슴이 오그라들 때마다 읊으며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걱정의 크기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평범한 사람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엄청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회장님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적은 없었을까요? 그럼에도 인생사는 제 아무리 힘들어도 찰나의 순간이요, 아무리 어려워도 보잘것없는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도전을 했습니다. "해보기나 했어?"라며 긍정의 힘으로 통찰을 얻어 위기를 이겨내고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고민을 하며 무슨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군대는 시간이 왜 이리 더디게 가나.
사랑이 깨져 아파하고
취업에 연이어 고배를 마시다 보니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만 같았고
승진에서 탈락하면 어쩌나.
아이는 커서 제 밥벌이는 할까.
직장을 옮겨야 하나? 바짝 엎드려서라도 붙어 있어야 하나?
나는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예나 지금이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늘 되풀이하는 고민과 걱정들입니다.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조마조마 가슴을 쓸어내렸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면 조급해져 허둥지둥 대기 일쑤였고
그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기만을 바랬습니다.
모험과 도전보다는 남들 가는 길에 묻어가면서도
나에게는 보다 특별하고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차이 없는 하루가 지나갑니다.
사소한 오해로 다투고
별거 아닌 일에 자존심만 내세우고
욕심이 앞서 일을 그르치고
남을 이겨 어떻게든 올라서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신의는 배신으로, 노력은 허무함으로 돌려받아 실망하고
찰나보다 짧은 순간 속에 살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지로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합니다.
순간순간 급급한 인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이 옥신각신 다투는 세상을 내려다보면 달팽이 뿔보다 작은 미미한 크기인 것을.
인간이 오래오래 살아 100년을 넘긴다 해도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부싯돌이 번쩍거리는 찰나보다 짧은 순간에 불과한데.
나라를 구하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거창한 고뇌도 아니면서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그저 그런 걱정과 고민을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왜 그리 비우지 못하고 안절부절 조마조마하며 사는지
고작 부싯돌이 번쩍 하는 짧은 순간 내내
가슴 조이며 웃지 못하고 살아온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찰나의 순간을 살고 갈 인생이라면
걱정하기보다는 즐겁게,
안절부절보다는 여유를 부리며,
짜증내기보다는 호탕하게 웃고,
한숨 쉬기보다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해야겠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파묻히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꺼내야겠습니다.
인생살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세상과 세월을 보다 넓고 길게 바라보는 마음을 가지면서요.
하하 웃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