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오늘의 기분

by 공감의 기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가 확 떨어지거나,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닥치거나.

오늘은 곳에 따라 비나 눈이 내리고 눈비가 그치면 반짝 추위가 찾아오거나.

"찬바람이 강하게 불겠으니 옷차림을 단단히 하셔야겠습니다"라는 기상 캐스터의 당부가 겨울 날씨의 위력을 실감케 합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라며 옷차림을 가볍게 하라고 합니다만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있어 마스크도 꼭 쓰라고 합니다. 낮 동안은 초여름 날씨를 보인다며 큰 일교차에 건강관리에 유의하라 하고요. 비 소식은 당분간 없어 전국은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흔히 듣는 오늘의 날씨입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이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당 5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습니다. 한편 제5호 태풍 00은 우리나라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고 있어 피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지겨운 장마, 무시무시한 태풍. 그러나 장마와 태풍이 없는 여름은 없습니다.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날씨 정보입니다.




날씨 예보는 하루도 그르지 않고 시시각각 발표됩니다. 날씨 예보를 들어보면 딱히 특별한 내용도 없습니다.봄에는 포근한 날씨에 미세먼지, 황사. 여름엔 장마, 태풍, 열대야. 가을이 되면 서늘한 찬바람에 큰 일교차, 감기 조심. 겨울에는 한파에 눈 소식들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 대단할 게 없는데도 날씨 이야기라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입니다.


한파가 닥쳐 쌩쌩 부는 찬바람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거나, 무더위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태풍이 몰아쳐 세상을 마비시키면 이런 날씨로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 하듯 완연한 봄이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요, 낙엽 지는 빨간 단풍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사시사철이 모양을 달리해도 날씨는 해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만 구름은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한 적이 없습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다 회오리가 되는 바람도 마찬가지이고요. 하늘에 떠있는 태양도 달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날씨는 고요해 보이지만 변화무쌍합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기상을 관측하는 슈퍼컴퓨터로 날씨의 변화를 추측해봅니다만 추측은 추측일 뿐입니다. 날씨는 인간의 과학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예측을 빗나가게 합니다. 날씨의 예측 불가한 속성이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의 모습과 퍽이나 닮았습니다. 우리 삶도 날씨처럼 그렇게 흘러갑니다.




사는 게 지겹다가도 어느 순간 다이내믹하게 바뀝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겨 일을 망칠 때도 있고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하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인생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합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로 이어지고 우리는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변화무쌍하기로 따지면 우리 기분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걱정 구름이 잔뜩 끼였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근심의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감정의 폭풍우가 몰아쳐 며칠 동안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안까지 몰고 올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질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쨍하고 해 뜰 날은 올까 한숨 쉬지만 정작 해가 뜬 날은 해가 있는 줄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갑니다.


날씨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도 자연은 그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이런 날씨를 보며 삶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잔뜩 흐린 날과 비바람이 몰아친 날들의 연속이었다면 맑은 하늘을 곧 보게 될 일만 남은 거 아닐까요? 맑고 푸른 하늘을 쭉 보아온 인생이라면 한 번쯤 비바람과 맞닥뜨려야 할지 모릅니다.

지금 거친 폭풍우에 근근이 버티고 있다면 조만간 찬란한 무지개를 만나지 않을까 희망을 이어갑니다.

그러니 수시로 급변하는 세상살이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저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삶의 지혜라는 사실, 자연이 가르쳐주는 교훈 아닐까 싶습니다.




태풍이 연이어 오더라도, 장마가 두 달 넘게 비를 뿌린다 해도, 최강 한파가 세상을 얼어붙게 하여도 날씨는 말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맑겠습니다."라고요.


걱정 구름이 끼고 근심의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안을 몰고 와도 우리도 다짐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행복하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오늘만큼은 잔잔한 파도처럼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집 안팎 여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하는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우리 삶도 그러니 너무 조급하지 말자고 격려하면서요. 괜찮은 조언 같아 내심 뿌듯해하고 있는데 후배 왈,

“저희 집 날씨는 와이프의 기분에 따라 변화무쌍합니다. 일단 오늘 오전은 쾌청해서 다행입니다.”

세상에, 마음먹고 한 조언인데 대답이 와이프의 기분? 지금은 쾌청? 이런 제길.

근데 듣는 순간 부러웠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지금 폭풍 전야이거든요.

변화무쌍한 날씨보다 삶을 좌지우지하는 건 예측 불가한 사람 기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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