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이 질풍노도를 달립니다.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라며 툭하면 짜증을 냅니다. 학교도 가기 싫다 하고 평소 생기발랄하던 아이는 의욕도 없어 보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데다 걸핏하면 혼자 있고 싶다며 말문을 닫아 버립니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키만 큰 어른아이의 마음은 어딘가 늘 불편합니다.
남들 눈에는 부러워 보이겠지만 적성이 아닌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재미라곤 없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고 때로는 후회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요.
"저의 꿈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라며 사춘기가 이제서야 온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자녀들을 다 독립시키고 손주 재롱을 즐기던 할머니가 때로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보니 참 별일도 아닌 일에 걱정만 하다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사랑하고 잘할 걸 하는 후회가 자꾸 듭니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또 자식 걱정, 노후 걱정이 불쑥 찾아오면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방황. 열다섯 살 사춘기 청소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헤맬 방(彷), 헤맬 황(徨)에서 알 수 있듯이 방황(彷徨)은 순우리말로 헤맨다는 뜻입니다. 인생에서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갈팡질팡한다거나,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방황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합니다.
순하디 순한 아이가 어느 날 반항적이 되어 갈팡질팡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다행히 질풍노도의 시기가 그럭저럭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황이 끝난 건 아닙니다.
군말 없이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때려치우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는 키만 큰 어른아이는 지금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중후한 멋이 나야 할 중년의 아저씨가 잃어버린 꿈을 찾고 싶다며 꿈 타령을 합니다.
손주까지 다 키워놓은 할머니가 노년의 즐거움을 누리기는커녕 마음에 이는 방황에 한숨 쉬며 힘들어합니다.
이렇듯 방황은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와 삶을 흩트려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생 자체가 방황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방황하는 이유, 삶에 대한 고민이자 애정이기도 합니다.
공부는 왜 하는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누구와 살아야 할지부터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다 방황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마음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현실은 억지로 꾹 참고 꾸역꾸역 살아가야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삶이란 생각한 대로 의도한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실패한 일들, 머뭇거리다 날려버린 기회들, 우물쭈물 보낸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서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달라진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민과 걱정으로 허비한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지만 그런 시간이 없었던들 삶이 나아졌을까요?
삶에는 방황도, 고민도, 모색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방황하며 빙빙 돌아가고 고민하며 망설이다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방황이란 자기답게 사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합니다.
방황으로 상처 받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세상 다 산 것 같은 허무함도,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함도 느끼기도 합니다. 마음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성난 파도가 없으면 훌륭한 뱃사공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값지고 빛나는 삶의 길은 충분히 헤매고 난 뒤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방황한다고 조급하지도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대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합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방황,
내 꿈은 무엇인가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방황,
살아온 날들이 무엇이었나 싶은 노년의 방황.
방황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방황 때문에 인생이 끝나지도 않고요. 정답을 찾고 싶어 방황을 하지만 정답은 모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신의 영역이니 우리는 그저 방황하고 딛고 이겨내야 할 뿐입니다.
방황하는 시간들을 겪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딛고 일어서야 할 것들이 있다면 마음껏 헤매는 방황도 괜찮습니다. 물론 방황이 방황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말이죠.
방황하다 보면 안일했던 자신을 깨뜨리고 나와 새롭게 발전하는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 끝에 다른 길을 찾듯이 말입니다. 새로 찾은 이 길이 원래의 길보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춘기의 방황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사회에 적응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중년의 방황이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 인생 2 막을 새롭게 열어 나가기도 하고요,
노년의 방황이 지난날의 후회를 딛고 남은 날 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방황은 실패가 아닙니다. '내 인생을 나답게 사는 길'을 찾는 데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거라고 합니다.
나이는 달라도 어느 시기나 방황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방황이 삶을 흩트려 놓기도 하지만 방황을 하다가 도리어 자신만의 인생 나침반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방황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왕 할 방황이라면 자기답게 살아가는 길을 꼭 찾는, 건강한 방황이면 좋겠습니다.
지금 혹시 건강한 방황 중이십니까? 그렇다면 자신답게 사는 길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